신임 금융위원장 임명 전 동일 사건 징계 수위 확 높인 김소영 증선위원장
윤 대통령, 금감원과 협업 경험 강조하며 검찰 출신 금감원장 임명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6.8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6.8

[주간한국 김병수 기자] 검사(檢事)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이 지난 7일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 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며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에 전문가여서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 출입 기자들과 만나 전 정권 때의 펀드 사태 논란과 관련해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 금감원이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검사(檢査)와 제재가 끝난 라임·옵티머스 사태뿐만 아니라 현재 수사 중인 디스커버리펀드 재수사의 불씨를 살려냈다. 사실 이런 징후는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앞서 취임한 김소영 부위원장은 취임 보름 만에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31일)에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장하원 대표를 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안을 의결했다.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의 핵심 혐의는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펀드를 사모펀드처럼 쪼개 팔아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7년 3월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가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관련 공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상품을 사모펀드처럼 판매했다가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은 것이 첫 사례다. 과징금 20억원은 증권신고서 미제출과 관련해 규정상 최고액이었지만, 과징금 부과에 그쳤다.

2020년 6월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펀드를 쪼개 판매한 NH농협은행도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동안 이런 사례에서 제재 대상은 펀드를 만든 운용사였지만, 판매사인 은행이 제재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러나 증권선물위원회는 검찰 통보나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위법의 정도가 크지는 않다고 봤다. 이번 디스커버리펀드에서 처음으로 검찰로 고발장이 넘어갔다. 검찰이 증선위의 고발장을 받으면 '검찰 통보' 조치와는 달리 조건 없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다음은 온전히 검찰의 몫이다.

이 원장의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이란 말은 그래서 금감원이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종결하는 과정에 흠결이 있는지 다시 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 원장의 말대로 '절차적 미흡'을 찾아내거나, 관련 법 적용과 관련해 오역이 있는 구석이 있다면 재수사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 검찰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종결된 사항이라도 '미흡과 오역'을 이유로 다시 사건을 가져올 수도 있다. 검찰과 금감원의 긴밀한 협조는 그런 위력을 발휘한다.

◇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시야가 좁아졌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금감원장의 관심이 자본시장 교란과 이에 따른 불공정 해소에만 쏠려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금융산업이 은행 중심에서 증권 영역으로 바뀐 지도 오래다. 증권 영역에서 정보의 비대칭에 의한 불공정 논란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영역에 대한 관심과 세밀한 규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금융위원회법) 1조에서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 이유다. 그러나 1조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설치해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라는 대목도 있다. 금융 감독 당국의 목표는 이렇게 광범위하다. 어느 하나도 등한시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 늪에 빠진 전 세계가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진 뒤 서서히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터졌다. 글로벌 공급망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금융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살얼음판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경제 쇼크는 대부분 금융시장에서 시작한다.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그렇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는 항상 소리 없이 오는데, 지금은 이미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돈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 금융시장 동향은 법이나 감독규정에 어떻게 하라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다"며 "늘 모니터링하면서 시장에 귀를 기울여야 실기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 정권은 바뀌어도 잿밥 관심은 똑같은 현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권한을 기본으로 한다. 금감원의 대부분 인력이 검사역을 지낸다. 이들은 여러 경로로 금융기관의 정보를 수집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시로 부활한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단과 영장 없이 금융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금감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줄어든 한계를 우회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정권 초기부터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예상하는 이유다.

금감원장이 금융산업과 시장 위험관리를 통한 안정엔 관심 없이, 비공식적으로 수집된 각종 정보로 검찰과의 협업만을 도모한다면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금감원의 검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일차적으로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위험 관리를 위해 쓰여야 한다. 금감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하고, 원장을 포함해 모든 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의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융위법(35조 청렴 비밀유지의무 ②)에 못박아 놓은 이유다.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이 말하는 검찰과 금감원의 협업은 실제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정보 수집이라는 것의 속성이기도 하다. 금감원의 검사와 취득된 정보에만 관심을 보이다, 엄중한 금융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해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검찰 살리기에 동원 또는 활용되는 금감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