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재난 안전 관련 통신망 및 서비스 내용으로, 우선 필자는 2022년 10월 29일 일어난 비극적인 이태원 사고 희생자분들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본 고는 이번 이태원 사고 상황에서 세계 최초 PS-LTE 기반 국내 재난안전통신망의 기능 및 작동ㆍ운영 관련 이슈 등을 알아보고, 향후 재난안전통신망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국내 재난안전통신망의 도입은 기존 관청, 소방, 경찰, 군 등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들이 서로 다른 무선통신망을 구축하여 비상 상황 시 서로 연계가 어렵다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즉, 기관 간 소통이 어려워서 협조가 어렵고 지휘체계도 제각각인 문제가 제기됐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벌어지면서 통합 지휘무선망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2G 기반의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전국망을 구축하려 했으나 경제성 문제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지고 관계기관들이 통합된 대응을 또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통합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은 빠르게 재개됐다. 기술 표준으로는 PS-LTE가 채택됐다. PS-LTE는 “Public Safety Long Term Evolution”을 의미하며 이는 이동통신 기술인 4세대 이동통신(LTE) 기술을 근간으로 공공안전 통신에 필요한 단말 간 통신, 그룹간 통신 등을 지원하는 통신기술과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최초의 PS-LTE 기반 자가망 구축 사례였는데 세계 최초 적용에 따른 이슈 등으로 실제 망 구축은 2019년부터 이루어졌고, 2021년 5월 전국망 구축 및 상용화가 시작됐다. 700 MHz 대역의 국가공공망 주파수대에서 서비스가 제공돼 여러 재난 관련 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운영센터의 지령을 통해 통합된 지휘체계와 통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된 국내 재난안전통신망의 도입과 구축 완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활용은 미미하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 통신망을 통한 소통은 극히 제한적이었는데, 언론에 보도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참사 직후 경찰은 경찰대로, 소방은 소방대로 자체 통신망으로 상황을 전파했다고 하는데, 재난안전통신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기관 간, 즉 소방과 경찰, 경찰과 지자체 등의 공통 상황 전파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활용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기관별 활용 현황(10월 29일 0시~30일 24시)에서도 경찰청은 통신망 단말기 1536대로 8862초, 소방청은 단말기 123대로 1326초, 의료 부문은 단말기 11대로 120초가량만 소통된 것으로 보고되어 이용이 매우 제한적이었음도 드러났다.

사실 재난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첨단 통합적인 재난안전통신망이 사용되지 못한 점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한 유기적 대응과 상황 전파가 제때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교통과 인파 통제, 소방 구조대와 구급차의 진입이 늦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기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메뉴얼의 부재인지, 기술을 활용하는 인력의 문제인지 등과 함께 기술과 이용자의 종합적인 시각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난안전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현재 조사 중이라고 하지만, 몇몇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경찰과 소방이 아직도 각각 손에 익은 서로 다른 무선통신망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소방은 기존에 쓰던 극초단파(UHF) 무선통신망을, 경찰은 현 재난안전통신망 체계인 PS-LTE 방식을 사용해 양 기관이 아예 연동이 안 되는 기술을 서로 계속 쓰고 있던 점은 우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둘째, 이태원 참사와 같이 인파의 다중운집 행사에서의 안전사고를 상정한 기관 간 훈련도 없었던 점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판단된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이후 이를 활용한 행정안전부 주관의 체계적인 훈련은 지난 7월 강원 고성에서 산불 상황을 상정하고 진행됐지만, 다중운집 행사와 같은 상황을 상정하고 했던 훈련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셋째, 이태원 사고가 육상사고로 분류돼 112 신고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직접 전달되지 않다고 하는 점이다. 세월호 사태 이후 해상 사고는 해경의 정보가 112를 거쳐 행안부 재난상황실로 바로 들어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육상 재난사고는 이와는 달리 바로 들어오지 않는 점은 법제도 개선을 통해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태원 사고 이전 국내 일부 연구자들은 재난안전통신망 표준운영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연구에서는 국내 시스템 표준운영절차 전문가들에게 설문 조사 및 인터뷰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국가적인 재난재해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난안전통신망 표준운영을 '능력 성숙도 통합모델'(CMMI) 3단계 이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음 네 가지 전략이 필요하고 제시했다. 

이는 ▲재난안전통신망 표준운영절차에 대한 거버넌스 구축 ▲재난안전통신망 표준운영절차에 대한 필수교육 훈련 연 1회 ▲재난안전통신망 표준운영절차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축 ▲기술 분야에 대한 개선 등을 제시하였다. 특히, 국내 재난 안전에 대한 표준운영절차가 CMMI 3단계 이상의 수준으로 재난 안전에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으나, 이러한 연구 등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도 전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을 비롯 세계 각국의 많은 젊은이가 희생된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통합된 디지털 기반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한 교육 훈련이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되어, 미래의 다양한 형태의 재난을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을 연임한데 이어 ICT 폴리텍대학 학장 과 행안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과 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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