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사진=박현영 기자
아이오닉 5. 사진=박현영 기자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최근 전기(EV) 중고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 속에 2~3년 전 구매했던 ‘전기차 붐’ 시기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 전기차는 2280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1664대)보다 37% 증가했다. 전체 중고차 시장은 전년 대비 9.2% 감소했지만, 전기 중고차의 인기는 반대로 늘어난 결과다. 실거래 대수를 살펴보면, 현대 '아이오닉5'가 258대로 1위를 기록했으며, 테슬라 '모델3'가 257대로 뒤를 이었다. 이어 기아 'EV6'(177대), 현대 '코나 일렉트릭'(151대), 테슬라 '모델Y'(135대) 등의 순으로 거래됐다.

이는 해당 모델들이 신차가 많이 팔린 영향도 있지만, 전기차 보증이라는 요인까지 함께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는 직접 검증해 주며 보증까지 제공하는 전기차 판매 브랜드를 우선 찾을 수밖에 없다.

정비를 받고 있는 아이오닉5 모습. 사진=현대차
정비를 받고 있는 아이오닉5 모습. 사진=현대차

전기 중고차시장 활성화…배터리 검증 및 수리 시스템 구축 '필수'

소비자가 중고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배터리 성능이다. 중고 전기차가 어느정도 배터리 성능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소비자는 불안감을 가지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 중고차 시장은 배터리의 성능을 평가하고 책임져 줄 기관이나 시스템이 전무하다. 전기차를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 스스로 미래 비전을 생각해 투자하고 시설 구축을 해야 하는 구조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해당 사업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기에 현재 국내에선 대기업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차 가격의 35% 수준이며, 많게는 40%까지 육박한다. 신차 가격이 6000만원인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만 2000만원이 넘어가는 수준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선 소비자가 수천만원짜리 부품의 성능을 모르고 차량을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 결국 심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금액에 더욱 민감할 수 있는 중고차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수리비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선 안전상의 이유로 배터리 셀의 일부를 교체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차량용 배터리는 중고가 없으며, 오로지 신제품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배터리성능 검증 시스템 및 기관은 물론, 부분 수리나 정비를 통해 차량을 적정한 금액에 수리할 수 있는 업체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완성되지 않는다면 전기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인증 중고차 센터에서 검사원이 매물을 정밀 진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 인증 중고차 센터에서 검사원이 매물을 정밀 진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인증 중고차 판매하는 '현대차·기아·테슬라' 

현대차는 이달부터 전기차를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기술연구소와 중고차 인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기차가 중고 매물로 나오기 전까지 배터리가 얼마큼 쓰였는지, 주행 중 배터리 손상은 없었는지 등을 꼼꼼히 파악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7일부터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전기차 매입도 시작했다. 전기차 보상판매를 통해 기존에 타던 현대차 브랜드 전기차를 인증 중고차 서비스에 팔면 보상금과 함께 신형 전기차에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현대차의 전기차 보상판매는 중고차 물량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전기차 ‘가격 방어’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감가율(신차와 중고차 가격 차이)이 크다. 이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신차로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차는 자사 중고 전기차 가격을 먼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기아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며 중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상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판매 전략을 내놨다. 기아는 전기차만의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총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마련했다. 이는 배터리의 잔여수명과 안정성 평가가 전기차 잔존가치 산정에 결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먼저 기아는 ‘스마트 EV솔루션(EV 전용 진단기)’으로 전기차 4대 시스템인 ▲고전압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 ▲고전압 충전 시스템 ▲고전압 분배 시스템 ▲전력변환 시스템 등을 정밀 진단해 배터리의 현재 성능과 상태 등급을 산정한다.

이와 함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해 신차 1회 충전 주행거리 대비 상대적인 실제 성능까지 등급화한 후,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한 최종 EV 품질 등급을 부여한다. 기아는 정밀한 EV 성능평가 후 최소 성능기준에 해당되는 3등급 이상 판정 받은 차량만 고객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테슬라 역시 ‘인증 중고차’를 통해 자사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중고 전기차를 매입해 직접 정비와 배터리 검증 등을 진행한다. 차량 보증도 기존 신차의 잔여 보증에 더해 1년 또는 2만㎞의 추가 보증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오토파일럿 패키지 적용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중고차 차량 하부 검수 모습. 사진=기아
중고차 차량 하부 검수 모습. 사진=기아

전기 중고차를 살 때 주의할 점…"내연기관보다 꼼꼼히 살펴야"

중고차 업계는 개인이 전기 중고차를 구입할 경우, 내연기관 차보다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기 중고차 시장은 국내에 아직 비중이 크지 않은 초창기 단계기 때문에 아직까지 점검사항 등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이에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는 ‘전기 중고차 구매시 팁’을 통해 꼭 체크할 사항을 소개했다.

먼저 전기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브랜드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배터리 성능을 확인해야 한다. 또 하부 외관에 파손이 있을 경우 제조사 보증이 거절될 수 있으므로 인수 전 차량 하부 컨디션 등 외관 파손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기 전기차 모델의 경우엔 연/월식에 따라 배터리 용량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고, 어떤 시기에는 배터리 용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추는 '슬림 패키지' 옵션이 있던 것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격 협상시 분명하게 다뤄야 할 요소다.

타이어도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전용 타이어를 따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딜러가 이를 알지 못하고 일반 타이어를 장착하는 경우가 있으니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전기차 히트펌프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히트펌프는 기온이 떨어졌을 때 배터리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옵션 선택사항인 경우가 많다. 특히 추운 지역의 경우, 겨울철에 주행거리가 많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옵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박현영 기자 hy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