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진=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안병용 기자] 언론인을 향해 이른바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결국 사과했다. 황 수석도 기자 출신이다.

황 수석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했다.

황 수석의 사과는 MBC 기자 등 일부 언론인들을 만나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등을 언급한 지 이틀 만이다.

MBC의 14일 저녁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이날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한 뒤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당시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오홍근 기자에게 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회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일을 말한다. 황 수석은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너댓 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고 MBC는 전했다. ‘5·18민주화운동 배후설’을 언급한 것이다.

MBC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바이든-날리면’ 자막 논란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최고 수준의 중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처분받은 상태다. 당시 일을 문제 삼아 대통령실은 MBC 기자를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사용하는 전용기의 탑승에 배제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MBC 기자의 질문 태도를 핑계 삼아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MBC는 ‘PD수첩’을 통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문 논란을 다루는 등 현 정권이 볼 때 불편한 보도를 이어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황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사건’ 발언에 대해  “농담으로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황 수석의 사과는 한 달도 남지 않은 4월 총선에서 여권에 악재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는 모르겠으나 내용으로 보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언론을 겁박하고 5·18 민주화운동의 배후설을 쏟아냈다”면서 “시대착오적인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오 기자의 동생인 오형근씨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체 언론에 대한 테러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면서 “이런 사람이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에 경악했다”며 사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기자는 2022년 사망했다.


안병용 기자 byah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