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사진=대한양궁협회
‘매국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사진=대한양궁협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지혜로운 ‘말’이 큰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말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일깨워주는 속담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진다’의 경우도 당연히 존재한다. 특히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는 스포츠 스타들은 말 한 번 잘못해 이제까지 쌓아왔던 명성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기도 한다.

안산, ‘올림픽 양궁 영웅→매국노 발언 논란’

‘2020 도쿄 올림픽 여자양궁 3관왕’에 빛나는 안산. 그는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 선수 중에서도 ‘에이스’로 우뚝 서며 자신의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하지만 올림픽 영웅의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안산은 지난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사진을 올리며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는 글을 남겼다. 사진에는 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출국 정보를 나타내는 듯한 전광판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공항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안산이 지칭한 가게 대표는 해당 게시물이 온라인상에 확산되며 가게 이미지 실추와 수많은 악플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안산은 ‘매국노 발언 논란’ 확산 후 국민적인 질타를 받고, 자영업자 단체에선 고소까지 하는 등 큰 후폭풍을 맞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긴장감을 놓았다. 특정 매장과 개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체육인, 공인으로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전국에 유명세를 떨친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누군가를 '매국노'라고 칭했을 때 미칠 악영향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또한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은 국가대표에게만 해당되는 의무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예의다. 대표 선발전 당락을 떠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지킬 수 있는 것. 파리 올림픽에 가지 못해 긴장을 놓은 안산의 상황은 '매국노 발언'에 결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더욱 실망을 안겼다.

김영권 “관중 소리 커서 소통 힘들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권도 실언으로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2017년 당시 축구대표팀 주장이었던 김영권은 그해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영권은 당시 A매치 데뷔전을 가진 김민재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관중 소리가 커서 소통이 힘들었다. 이런 상황을 연습했지만 동료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당시 늦은 저녁임에도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김영권의 말을 듣고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김영권이 ‘팬들의 응원을 막아달라’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팬들이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말로 비칠 수도 있었기에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영권은 논란이 커지자 “머릿속이 복잡해 말을 잘못했다. 경기장 안에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를 말씀드린다는 것을 잘못 전달했다. 매우 후회하고 있고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김민재 “대표팀 아닌 소속팀에 집중”

독일 축구 최고의 명문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며 ‘축구 대표팀 부동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 중인 김민재도 경기 후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민재는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 직후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다.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이 발언은 ‘최소’ 다음 A매치나 이후 친선경기에 차출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로 보일 수 있거나 ‘최대’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고도 해석될 수 있었다.

김민재가 해당 발언 하루 전만 해도 완전히 다른 각오를 비쳤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김민재는 우루과이전을 앞둔 사전 기자회견에서 김영권의 센추리 클럽 가입(A매치 100경기 출전)에 대해 언급하며 "내가 목표하는 것은 부상 없이 대표팀에 꾸준히 와서 활약하는 것이다. 부상이 있거나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표팀에서 기회를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이 다할 때까지 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민재는 당시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 세리에A SSC 나폴리에서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며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는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했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A매치 100경기를 넘기는 동안 매번 유럽과 한국을 오가면서도 단 한 번의 불평도 하지 않았다. 유럽파 선배인 박지성,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당시 유럽 진출 2년차에 26세였던 김민재가 “대표팀서 뛰는 게 힘들어 소속팀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김민재는 논란이 커지자 결국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에서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 신중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우석, ‘오타니에게 빈볼’ 발언으로 日 들끓게 해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유니폼을 입은 고우석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를 언급했다가 일본 국민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오타니에게 던질 곳이 없다면, 아프지 않을 곳을 맞히겠다”고 말했다. 고우석이 당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의 타격 실력을 높이 평가하며 던졌던 발언.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빈볼 암시로 받아들이고 열을 냈다.

일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이후 어깨 통증을 느낀 고우석의 WBC 대회 전 평가전 결장 소식에 “오타니를 고의적으로 맞히겠다고 말한 투수가 정작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고우석은 “오타니에게 던질 곳이 없다고 해서 일부러 몸을 맞히려는 생각은 없었다. 선수로서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말했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도 그의 발언을 걸고 넘어지는 뒤끝을 보여줬다.


김성수 스포츠한국 기자 holywater@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