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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강원도 평창군 봉평

가을이 하얗게 왔다. 한여름의 신열을 완전히 털어버린 상쾌한 바람이 끝 간데 없이 펼쳐진 꽃바다에 어지러운 물결을 만든다. 허리까지 꽃밭에 담근 나그네들은 행복한 웃음을 그칠줄 모른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지금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이다. 소설 속에서처럼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하다.

메밀은 추운 지방의 비탈에서만 자란다. 예로부터 배고픔을 달래던 구황식품이었고 그래서 화려함이나 풍요와는 거리가 멀었다. 먹고 살만해지면서 메밀밭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필수아미노산이 다른 곡류에 비해 월등히 많고, 고혈압 다이어트등에 특효가 있는 건강식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덕분에 봉평은 ‘메밀의 고장’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메밀과 연계한 관광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우리 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은 소설가 가산 이효석(1907~1942)의 고향이라는 점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봉평에는 그를 기리는 문화마을이 있다. 소설 ‘메밀꽃…’의 무대가 된 봉평중학교 앞 물레방아가 있는 곳이다. 문학비에는 ‘효석의 인생은 짧았지만 그 짧은 인생 속에서 남긴 문학은 조선의 언어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씌어있다. 소설 속에서 성서방네 처녀와 허생원이 하룻밤의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은 옛 모습대로 복원됐다. 그 앞 수십만평의 드넓은 언덕이 온통 메밀밭인데 꽃이 만개했다. 지금 핀 꽃은 9월초에 지고 현재 싹이 올라오는 메밀밭도 많아 봉평에서는 10월초까지 메밀꽃을 구경할 수 있다.

문화마을에서 포장공사를 하는 길을 따라 1.5㎞정도 들어가면 이효석의 생가가 있다. 지금은 홍종률(55)씨가 살고 있는데 고조부가 이효석의 부친에게 샀다. 처마밑에 ‘가산 이효석의 생가’라고 커다랗게 써붙인 간판(?)이 없다면 고택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농촌가옥이다. 조금은 썰렁한 느낌이다.

메밀로 만든 음식 차림표가 툇마루벽에 걸려있고 마당에는 파라솔과 식탁을 설치해 놓았다. 집주인은 막국수를 제외하고 메밀로 만든 거의 모든 먹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다. 메밀부침, 메밀수제비, 메밀칼국수, 메밀묵, 메밀술이다. 몽땅 메밀이어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다소 맹숭맹숭하지만 강원도 메밀의 풍취를 느끼기에는 더 할 나위없는 상차림이다. 가산문학회는 27~29일 메밀꽃축제를 연다.

생활과학부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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