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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주치의] 가족 건강보감 "주치의 있으세요?"
건강관리도 맞춤형 시대, 가족병력 꿰뚫어 '큰병' 조기발견

#1 40대 후반의 주부 A씨는 지난해 3월 소화불량 증세가 계속되자 대형병원이 좋겠거니 생각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내과의 이름난 의사에게 특진을 받아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특진은 3개월이나 대기해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일반 외래진료를 예약한 뒤 40여일 뒤에야 첫 진료를 받았다.

A씨는 이후 6월 말까지 이 병원에서 2명의 의사로부터 초음파와 X선 등의 검사를 하며 10여 차례 외래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의사는 매번 시간에 쫓기듯 문진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병세를 자세히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A씨는 의사의 처방대로 위궤양 약을 복용하고도 호전되지 않자 다시 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예약이 많이 밀려 있으니 2개월 뒤에 위내시경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이에 A씨는 “너무 늦은 것 같으니 동네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해보겠다”고 했고, 담당 의사는 “그렇게 해보시죠”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A씨는 곧바로 중급 규모의 동네 병원으로 달려가 위내시경 검사와 CT(컴퓨터 단층촬영)를 했다. 검사 결과는 위암 3기. 복막 등에 암세포가 많이 퍼져 수술 시기를 놓친 그녀는 고통 속에서 기약 없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2 40대 초반의 회사원 B씨는 지난해 가을 동네의 단골 내과의원에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위암을 조기(1기)에 발견했다. 5년 전부터 B씨 가족의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원장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술을 자주 마시니 위내시경 검사나 한번 해보자”고 권한 덕분이다.

B씨는 보름 뒤 원장의 소개로 한 대형병원에서 위의 절반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당시 원장이 위내시경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암세포를 키우고 있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 가정 주치의는 건강관리 설계사?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종양혈액내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두 환자의 이야기다. 같은 위암 환자이자 평소에 건강 관리에 무관심했던 두 사람의 운명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이 A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대형 병원을 찾아다니며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 부은 반면, B씨는 스스로 자신의 병을 찾아낼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답은 간단하다. 주치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평소 건강을 자신해온 A씨는 가족의 건강 관리를 책임지는 주치의를 두지 않았으나 B씨는 건강 유지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동반자로 가족 주치의를 두었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A씨는 “나나 애들이나 몸이 아플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다녔을 뿐 단골로 정해놓은 의사는 없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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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오염과 스트레스에 포위돼 있는 요즘 세상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의 형태도 급성질환보다는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만성 질환이 대부분이다. 특히 우리의 생명을 노리는 수십 가지 암의 화살은 닥치는 대로, 예고도 없이 우리의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노리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 있다가는 암, 고혈압, 당뇨 등 각종 만성 질환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평생 건강을 지켜줄 파수꾼이 절실히 요구된다. A씨와 B씨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각종 질병의 공격을 막아줄 파수꾼은 없을까. 가까이 있는 의사를 가정 주치의로 두면 된다. 사업가가 대부분 법무ㆍ세무 상담을 위해 단골 변호사와 세무사를 두고, 또 재테크와 보험 설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듯이, 한 가족 구성원의 건강 관리를 아예 한 의사에게 맡겨보자는 것이다. 가족 주치의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동네병원 가운데 모든 질환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가정의학과나 일반내과 전문의 중 친절하고 책임성 있는 의사라면 충분하다.

    ▲ 가정 주치의 왜 필요한가

    단골 의사를 주치의로 두면 각종 질병의 진단 및 치료는 물론 예방과 재활, 건강 상담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의사라면 그 환자의 직업과 과거 병력, 생활습관 등을 꿰뚫고 있는 데다 집안 환경과 주변 가족의 건강 상태까지 두루 파악하고 있다. 자연히 주치의는 그 고객에게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양질의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양윤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주 희귀한 증세의 병은 2, 3명의 전문의사에게 진료 받는 게 현명할 수 있지만 일반인이 앓는 대부분의 질환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만성 질환으로 한 명의 의사에게 맡기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동네병원 전문의들은 “자주 오는 환자는 몇 마디 말과 얼굴 표정만 봐도 대충 어떤 상태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연히 동네 소아과 의원에 들렀다가 유방암을 발견했다”는 어느 환자의 말처럼, 각종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주치의의 몫이다. 1,000여명의 환자를 주치의로 관리하고 있는 황가정의학과 의원(경기 고양시)의 황의정 원장은 “단골 여성환자의 경우 감기 증세로 찾아오더라도 유방암 자궁암 등의 검사를 병행, 조기에 발견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또 한 질병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대형병원 전문의와 달리, 각종 질환이나 건강관리 전반에 대해 충분한 상담과 진료도 가능하다. 조정진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것은 질병 치료가 일차적인 이유이지만 의사로부터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등의 위안을 얻으려는 정신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대형병원 전문의는 수술 가능 여부 등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관심이 있을 뿐 환자의 심리적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의료쇼핑’은 이제 그만.

    가정 주치의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환자들은 경미한 질병에도 대학병원과 명의를 찾아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들을 ‘의료 쇼핑족’으로 부른다. 환자들이 의료 쇼핑에 빠지는 것은 “동네병원이 병을 제대로 찾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특히 상당수 환자는 병세가 급히 호전되지 않을 경우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중복 진료도 마다하지 않는다.

    권용진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병을 찾아내는 데는 100번의 검사보다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그런데도 일부 환자들은 각종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고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의료 쇼핑은 결국 개인의 의료비는 물론 건강보험료의 낭비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학병원의 위암 수술 전문의 진료실 앞에 가보면 간단한 소화 불량 환자가, 뇌혈관 수술 전문의 진료실 앞에는 두통 환자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3~4시간에 200여명의 환자를 만나다 보면 진료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환자가 그 의사의 명성만큼 진료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실력 있는 의사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불필요한 의료 쇼핑 족에게 빼앗기는 만큼, 정작 그 명의의 손길이 필요한 중환자들에게 불이익이 고스란히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개인이나 국가적 차원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평생을 건강하게 살려고 한다면 지금 당장 가족 주치의를 만들어라”고 강조한다.

    <한국인의 주요 평생건강관리 가이드라인 (무증상 성인 대상 선별검사 권고안)>

    위암
    40세 이상 남성, 5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위내시경 또는 위장조영술 검사. 고위험군은 주치의 판단에 따라 검사간격을 줄일 수 있다.
    간암 간암 위험군(간경병증, B·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을 대상으로 40세 이상 남성, 50세 이상 여성은 6~12개월 간격으로 알파태아단백과 간초음파 검사
    유방암 40~50세 여성은 2년마다, 50세 이상 여성은 3년마다 유방진찰, 40~50세 여성은 2년마다, 50~65세 이상 여성은 3년마다 유방촬영
    대장암 50세 이상 매년 대변잠혈검사. 5~10년 간격으로 S장결장검사나 대장조영술, 또는 10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 검사
    자궁경부암 성경험이 있는 30세 이상 여성은 3년마다 자궁세포진검사
    식도암 1차 예방을 위한 금연·금주 교육 및 상담 필요
    고혈암 모든 성인은 매년 혈압 측정
    B형간염 모든 임산부 바이러스 감염여부 검사, 모든 성인 면역여부 검사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제2형 당뇨병 검사
    비만 모든 성인은 정기적으로 신장과 체중 측정
    고지혈증 20~24세 남성. 20~44세 여성은 총콜레스테롤(TC) 측정, 35세 이상 남성과 45세 이상 여성은 TC·고밀도지질단백(HDL)측정, 흡연이나 고혈압 당뇨, 또는 직계가족 중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TC·HDL, TC·저밀도지질단백(LDL) 함께 측정
    골다공증 65세 이상 모든 여성, 저체중·흡연 등 골절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여성
    빈혈 임신 여성과 흡수장애증후군(위절제술) 환자 검사




    김성호 기자 shkim@hk.co.kr


    입력시간 : 2004-02-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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