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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시대] 꿈의 열차, 꿈의 서비스 선로 위의 프로들
'육상의 비행기' 움직이는 기장·승무원, 첨단 시스템에 고품격 마인드로 똘똘

고속철(KTX)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프로다. 그것도 엄선된 프로다. 모든 관심은 승객들에 대한 최상의 안전과 최선의 서비스에 가 있다. 그렇지 않을 수 없다. 시속 300km로 공간을 가르는 ‘육상의 비행기’ 고속철은 항공사 수준 이상의 안전과 최상의 서비스에 승부를 걸지 않고서는 존재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깊이 내면화 돼 있기 때문이다.



새 명찰들이 열차 문화의 변화를 우선 실감케 한다. 기관사는 항공사처럼 기장으로 불린다. 첨단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이제는 운전이란 개념으로는 부족하다. 전혀 새로운 첨단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조정이란 개념의 작업 스케일로 진화하면서 기관사가 아닌 ‘기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검표와 안내를 맡던 여객전무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여 승무원들과 함께 4인 1조가 돼 이들을 이끄는 ‘열차팀장’으로 호칭이 바뀌면서 고객 안전과 서비스로 주요 업무가 통합됐다. 서비스 마인드로 똘똘 뭉친 열차 팀장은 화사한 미소와 함께 허리를 굽힌다.



이 처럼 고객에게 한발 다가 서려는 자세가 더욱 진하게 배어 나는 대목은 단연 여승무원이다. 이들 ‘고속철의 꽃’은 비행기의 스튜어디스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매너와 친절함으로 기존의 딱딱한 열차 분위기를 일거에 바꿀 주역이다.




- 고난도 조정기법 요구되는 기장







#1… “고속철이 이 같이 가슴 벅찬 공간이 될 줄 몰랐어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고속 스피드에다 새로운 첨단 시스템이 장착된 우리나라 최초의 KTX. 기관사라면 누구나 꼭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하죠.”



올해로 철도 생활 20년째를 맞는 송화복(40) 기장. 제 1기 KTX의 기장이 된 것에 대해 갖는 자긍심은 남다르다. 새마을호 운전 경력 7년차인 송 기장은 요즘 KTX와 새마을호의 차이점을 누구보다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새마을 호는 운전방식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져 차창을 통해 밖으로 펼쳐지는 선로를 육안으로 확인만 하면 된다. 하지만 KTX는 시속 300㎞로 초당 평균 이동거리 만 해도 83m.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전주를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다.



따라서 기관실내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시그널을 살펴가며 기장 본인이 직접 고속 주행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고난도 조정기법을 요구한다. 순간 순간 끊임없이 기계와의 대화를 통해 가장 안전하고 신속한 주행감을 만들어 가야 한다. 송 기장은 “모든 것을 컴퓨터에 의지하지 않고 기장이 직접 판단해 주행하는 반(半) 자동 조정 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도는 더 높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장의 입장으로서는 그 만큼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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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기장은 KTX 조정의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해 지난 2년동안 낮에는 교육과 행정업무를, 밤에는 시운전을 반복해 왔다. 송 기장은 고속철 주행의 안전도라는 대목에 이르면, 20년이라는 경력에 이름을 걸고 자신감을 피력한다. “좌석이나 부대 시설 등이 최상급 호텔 정도는 될 것으로 상상하다가 실제로 시승해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일반실의 경우 새마을 호와 비교하면 오히려 공간이 비좁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KTX는 고급열차이기 보다는 고속열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안전한 고속 주행이 KTX의 생명인 셈이죠. 이젠 좌석을 뒤로 하고 속도감을 한 번 느껴 보세요.”



- 철저한 팀워크로 승객 편의 최대 배려







#2… 기차가 정차했다 다시 출발 할 때면 표를 검사하기 위해 열차 칸을 돌아다니는 객차 전무는 지금까지 마치 감시원 같은 느낌을 주기일쑤였다. 하지만 고속철 시대엔 틀에 박힌 딱딱함과 감시의 눈초리는 사라진다. 고객의 안전과 편의, 안락함을 최대한 배려하는 열차팀장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있을 뿐이다.



여객전무 경력 25년의 조명형(46) 고속철 열차팀장은 요즘 귀가하면 밤마다 리더십과 팀워크 교육과 관련된 서적을 읽기에 바쁘다. 과거라면 어떻게든 때우면 됐던 업무가 이제는 철저한 팀 워크를 지상 목표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배어 있지 않고서는 불능하게 됐다. 조 팀장은 “고속철이 국내 항공사들과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면서 승부는 결국 차별화 된 서비스로부터 날 것”이라며 “고속철 사업의 승패는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에서 난다는 생각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에 대한 인사 법부터 표정, 말 투, 손짓 하나하나까지 조 팀장의 신경망 벗어날 수 없다.



388m 거리의 20개 차량으로 연결된 열차를 항시 걸어 다니며 승객들의 각종 문의와 요구에 대해 친절하게 응답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차례 단순 왕복하는 데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승객들의 문의가 잇따르면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원 935명 중 1명이라도 서비스에 심기가 불편하다면 결국 팀장의 책임”이라는 조 팀장은 “여 승무원들과 상호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이루며 승객들의 탑승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고속철의 꽃' 지상의 스튜어디스







#3… “유라시아 고속철도의 큰 비전을 보고 입사했어요.”



고속 철도 1기 여승무원 전정원(24)씨. 그의 꿈은 서울 - 부산, 서울 - 목포 구간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바로 한국을 출발해 러시아 -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고속철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철도청은 부산을 출발해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대륙횡단철도(TCR)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어 결코 전씨의 꿈이 꿈만은 아닌 현실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은 것 만은 분명하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전씨는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를 마치고 국내 수입차 회사 전시장 리셉셔니스트로 활동 중 고속철 승무원의 길을 택했다.



13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꿈에 첫 발을 들인 된 전씨는 “항공사 승무원 못지않은 대우는 물론, 향후 고속철의 큰 비전을 보고 입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 선발된 고속철 여 승무원 351명중에는 항공사 승무원 출신자도 수명 포함돼 있을 정도. 실제로 이들의 서비스 실습 교육에는 항공사 출신 강사들이 대거 참여해 항공사 승무원과 다름 없는 교육 과정을 밟아야 했다. 최근 부곡 철도경영연수원에서 합숙교육을 받은 전씨는 열차 내 각종 장비와 설비사용에 대한 교육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고.



낯선 철도전문 용어와 철도법, 안전수칙 등도 여 승무원이 되기 위해선 꼭 익혀야 할 관문이다. 객실과 객실 사이에 설치된 배전반 확인작업을 비롯해 비상 사다리와 방송 기기 등 각종 설비들에 대한 사용법에서부터 안전점검과 긴급복구에 이르기까지, 남성이 숙달해내기에도 벅찬 작업. 그러나 전씨는 “그 동안 꾸준한 실습 교육을 거친 덕분에 기기들을 다루는 데 두려움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젠 숙련된 철도원이 된 느낌”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고속철 승무원을 자꾸 스튜어디스와 비교하는 눈길이 많아 다소 부담스럽다”는 전씨는 “이제 철도에 예전과 다른 여 승무원이 새로이 등장한 만큼 많은 관심을 보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3-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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