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 Walking] 각종 첨단 운동화 출시 붐… 직접 신고 걸어보니…

머리와 심장은 태고적으로 돌려보내 한번쯤 비워낼 필요가 있지만 팔, 다리까지 돌려보내 공연히 고생시킬 필요는 없다. 기술의 발달은 온갖 첨단 기능을 탑재한 기발한 제품들을 만들어내 우리의 똑똑한 걷기를 응원하고 있다.

걸으면 행복해지는 신발?

르까프의 닥터 세로톤은 소위 행복한 신발이다. 밑창의 아치 높이를 과학적으로 조절해 신고 걸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신경정신과의 이시형 박사와 함께 연구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프로스펙스는 키 크는 운동화를 출시했다. GH+는 적절한 충격이 다리에 전달될 때 성장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에 입각해 성장칩을 개발했다.

이른바 부하(충격)조절체인 이 성장칩을 신발 뒤꿈치에 장착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만큼 큰 충격은 흡수하고 적절한 부하를 다리에 전달해 성장 호르몬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직 출시 전인 GPS 운동화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신발에 내장된 GPS를 통해 운동 지도를 다운받아 놓으면 낯선 곳을 걷거나 예정된 경로를 이탈했을 때 언제라도 길을 찾아 돌아올 수 있다. 화장실이나 식당 등을 급하게 찾아야 할 경우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더 걸으면 나오는지도 알 수 있다.

신발 외에도 걷기 여정에 힘을 실어줄 만한 기발한 제품들도 나와 있다. 미국산업디자인협회에서 주관한 2009 국제우수디자인시상식에서 은상을 받은 박진선 씨의 맵터는 이름 그대로 맵 프로젝터다.

손전등처럼 생긴 기계를 바닥이든 벽이든 평평한 면에 대고 비추면 주변 지도가 나타나고 그 안에 현재 자신의 위치까지 알려준다. 지도의 크기는 조절이 가능해 손바닥에 대고도 비출 수 있다. 필요한 지도는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컴퓨터에서 다운받을 수 있으며 손전등 기능도 겸한 그야말로 똑똑한 제품이다. 아직 상품화되지는 않았다.

나이키의 플러스 스포츠 밴드는 체계적인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파트너다. 밴드를 손목에 착용하고 밴드에 들어 있는 칩을 운동화 밑의 홈에 끼우면 달린 거리, 운동 시간, 속도, 소모된 칼로리가 기록된다.

아디다스는 여기에 음성 기능을 더해 개인 코치를 자처한다. 3월 5일 출시된 마이 코치는 옷에 부착하면 현재 속도, 심박수, 연소된 칼로리, 뛴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의 나이와 체력, 목표치를 미리 입력해두면 운동 중 현재 보폭이나 속도가 적절한지를 음성으로 코치한다. 모든 MP3와 호환이 되므로 음악도 들을 수 있다. 클립 형과 밴드 형 두 가지 타입.

리복 이지톤 커브
스마트 워킹화 착화기
"신기만 하면 몸매가 좋아진다고?"

칼로리 3배 소비? 팔자 걸음 교정? 각종 휘황찬란한 기능을 앞세우는 스마트 워킹화들이 넘쳐 나고 있다. 의심의 눈길을 거두고 직접 신어 봤다. 4개 브랜드 스마트 워킹화 착화기.

극도의 운동 효과, 1시간 반 만에 녹초 –
걸은 거리: 명동~홍대 입구, 총 1시간 30분

까만 몸체에 가느다란 핫 핑크 라인이 귀여운 편이다. 발이 유난히 작아 보이는 것도 특징. 회사가 내세우는 것은 토닝 기능을 통한 칼로리 3배 소모다. 바닥에 부착된 볼록한 밸런스 파드가 짐볼 운동 효과를 내 최대 28%까지 칼로리 소모를 높인다는 것이다. 얼핏 믿기 어려운 말이다. 신으면 뭔가에 살짝 올라선 느낌이 든다. 패드가 발 앞부분(가운데 움푹 들어간 부위의 위쪽부터 발 앞꿈치까지)에 대 있어 마치 납작한 공을 밟고 서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둥글고 푹신한 것을 밟고 걸으니 재미도 있고 능률도 오르는 것 같지만 발 아래 작은 공이 작은 언덕이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걸은 지 30분이 지나면서 호흡이 흐트러지기 시작, 발 아래 패드는 장난감이 아니라 딛고 넘어야 할 작은 둔덕이 된다. 이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코스는 아현역에서 이대역에 이르는 오르막길로, 충정로 역에서 목도리를 풀어 헤친 데 이어 여기서는 코트까지 벗어 들 정도로 땀이 흐른다. 가장 훌륭한 점은 약 1시간 반 동안 큰 보폭으로 걸었음에도 종아리 뻣뻣함이 덜하고 반면 허벅지 부근의 혈액 순환은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점.

보통 운동 시 종아리 당김과 허벅지가 간지러운 현상이 비슷하게 일어나게 마련인데 홍대에 도착할 때까지 허벅지의 신진대사는 활발하게 일어난 반면 종아리의 피곤함은 별로 크지 않았다. 운동 효과는 최고지만 오래 걸어야 하는 날 신었다가는 초주검되기 십상이다.

아디다스 디보션 PB
독보적 착화감, 편안하게 오래오래 -
걸은 거리: 명동~마포 경찰서, 10분 후 영등포 역에서 고척동 동양공전, 총 2시간

전체가 메시 소재로 싸여 있고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이 빛난다. 다른 워킹화들에 비해 살짝 긴 듯한 느낌이 드는데 신어 보면 역시 정 사이즈보다 약간 크다. 회사측이 자랑하는 가장 큰 기능은 뒤꿈치에 배치된 다섯 개의 대용량 바운스로, 뒤꿈치가 땅에 닿을 때 최적의 쿠션감을 제공하며 러닝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 다음 스텝을 탄력적으로 연결시켜 준다고 한다.

신어 보면 확실히 가볍고 무엇보다 대단히 안정적이다. 맨발로 바닥에 선 것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이라 기본에 충실한 신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복 이지톤이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 효과를 낸다면 아디다스 디보션은 반대로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걷는 기능에 집중했다. 걸은 지 1시간이 지나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발과 다리의 피로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허벅지가 간지럽다거나 하는 현상도 없다.

본격적으로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은 걸은 지 2시간 정도가 지나서. 기분 좋은 착화감에 내키는대로 걸었다가는 후유증을 각오해야 한다.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고관절의 쑤심과 종아리의 뻐근함이 이틀 동안 이어졌다. 걸을 때의 안정감과 편안함이 네 브랜드 중 독보적으로, 걷기가 취미이거나 하루 종일 걸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 최적의 파트너다. 비 온 후의 미끌미끌한 노면에도 착착 달라 붙어 미끄러지지 않는 것도 플러스 요인.

프로스펙스 W
사방이 벽, 엄격한 워킹 트레이너 - 프로스펙스 워킹화 W Power 302
걸은 거리: 명동~여의도, 총 1시간 20분

연두색 네온 컬러에 실버 라이닝이 상큼하다. 신발을 쥐고 발을 밀어 넣을 때부터 몸체가 다른 신발들에 비해 딱딱하다는 게 느껴진다. 핵심 기능은 팔자 걸음 교정. 바닥에 프레임을 넣어 무릎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줄여준다고 한다.

딱히 심한 팔자 걸음은 아니지만 신발 바깥 쪽이 심하게 닳는 편이고 오른쪽 다리가 더 휜 것으로 보아 평소 걷는 자세가 정석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신고 몇 발 떼는 순간 어떻게 교정한다는 것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엄지 발가락 근처에 (아마도 프레임으로 예상되는) 기둥이 느껴지면서 습관적으로 휘는 발목이 저지당한다.

이 프레임은 걸은 지 30분이 지나고 스텝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서 더 확연하게 느껴지는데, 엄지 발가락뿐 아니라 발 가장자리 전체를 무언가가 방파제처럼 막고 있어 발목이 좌우로 휘어지는 것을 힘들게 한다. 억지로 팔자 걸음으로 걸으려고 하면 힘을 잔뜩 줘야 한다. 갑피가 딱딱한 이유도 발이 신발 안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 듯 하다.

효과는 의외로 빨리 느낄 수 있다. 1시간 이상 걸으면 오른쪽 종아리 앞 근육만 유독 아프던 현상이 거의 사라진 것. 지치는 정도는 일반 운동화와 비슷하기 때문에 평소 생활할 때도 착용하면서 걸음을 교정하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몸체가 워낙 딱딱해 발목 양말을 신으면 발목 뒤쪽이 뒤축에 쓸려 홀랑 까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케처스 쉐이프 업
발목을 충분하게 사용해야 -
걸은 거리: 종각~여의도, 총 1시간 40분

쉐이프 업은 바른 걷기를 유도해 다리, 엉덩이, 복부 등 쓰지 않는 근육에 자극을 주고 몸매를 교정한다는 콘셉트다. 디자인은 패션성에 특별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아무래도 스포츠 브랜드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메시 소재를 과감히 배제하고 운동화 외에 샌들과 부츠로도 출시됐다는 점에서 패션 워킹화를 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어 보면 대단히 푹신하다. 리복 이지톤이 신발 앞부분에 공을 댄 것 같다면 쉐이프 업은 뒤꿈치와 발 가운데로 이어지는 뒷부분에 웨를 넣어 불룩하게 나와 있다. 마치 마사이 워킹 슈즈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뒤꿈치가 먼저 닿고 그 다음에 볼록 솟은 둔덕을 따라 마치 굴러가는 듯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만들어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지가 생각보다 커서 힘주어 넘으려고 하지 않으면 안 넘어간다는 것. 뒤꿈치가 닿고, 둔덕을 넘고, 마지막 발가락으로 지면을 차 올리는 완벽한 한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한 발 한 발 의식하며 힘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넋 놓고 걸었다가는 바닥에 달린 공으로 지면을 퍽퍽 디디면서(이 편이 훨씬 쉽긴 하다) 걷는 모양새가 되고 만다. 발목을 충분히 사용해 걷다 보면 본격적인 운동 효과가 느껴지는데 영하 2도의 날씨에 보통 속도로 1시간 걸은 결과 등 언저리가 후끈하게 축축해졌다.

콘셉트는 일상에서 신을 수 있는 패션 워킹화인 듯하지만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앞이나 뒤로 넘어가기 때문에 작정하고 운동할 때 신는 게 좋다. 브랜드 측에서 제안하는 운동 방법은 첫 2주일 동안은 25~45분씩 착용하고 그 후로는 매일 5분씩 착용 시간을 늘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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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