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 중단한 패스트푸드에 콜라까지 사라질 수도…‘제2의 요소수 사태’ 우려

탄산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탄산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팜유·밀에 이어 탄산 대란까지 식량·원료 공급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탄산(CO₂) 부족으로 발생한 탄산 대란은 특히 식음료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경우 이번 달부터 탄산을 사용하는 음료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미 탄산음료 가격은 들썩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주요 음료 26개종의 출고가를 평균 6.8% 올렸다. 코카콜라음료도 지난 1일부터 편의점에 공급되는 제품의 출고가를 100~200원 인상했다. 여기에 탄산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탄산음료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돼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 시설보수 등 복합요인이 초래한 탄산 대란

탄산은 정유사의 원유 정제나 석유화학사의 원자재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데 식음료, 철강,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탄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은 최근 정유사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탄산 생산이 급감하면서 월 평균 대비 50% 생산에 그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식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산 대란이 촉발된 계기에 대해 “국내 탄산 대란은 국내외에서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발생하게 됐다”며 “일단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소 제조시 나프타 대신 천연가스를 이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탄산 발생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 이번 탄산 대란에 영향을 미친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기에 원료탄산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이 3년 주기로 진행하는 2분기 정기 시설보수에 돌입하면서 일시적으로 생산 일정이 지연된 것도 탄산 부족에 큰 영향을 줬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신선식품 배송과 포장이 증가하면서 탄산으로 제조하는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급증한 것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탄산음료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철 성수기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적으로 해제되면서 야외활동이 늘어갈 것에 대비해 음료 추가 생산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탄산 보유량이 많은 대형 음료기업들은 탄산 수급 변화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쉽지 않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코카콜라·롯데칠성음료 등이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들 기업들은 보유량에 아직 여유가 있지만 탄산 공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달 중순부터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정유사 등이 지난달 말부터 시설보수를 끝내고 탄산 공급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최악의 경우는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수급 불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전망했다.

식음료업계, 평균 70~80% 정도만 탄산 공급 이뤄지는 상황

일단 탄산 생산량이 지난달에는 월 평균보다 70% 줄어들었고 이번 달에는 8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 추세가 빠르게 개선되지 않으면 탄산 보유량이 많은 대기업들보다 당장 패스트푸드, 호프, 뷔페 등 탄산음료 수요가 많은 중소 외식 업종부터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감자와 수입 육류 등의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버거업계는 최근 탄산 대란으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탄산 대란이 장기화되고 탄산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이들 기업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버거킹, 롯데리아 등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감자튀김 제공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어 최근 탄산 수급 문제에 이목이 더 집중되고 있다. 감자튀김도 마찬가지지만 콜라나 사이다 없는 햄버거 세트를 구성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탄산 대란이 장기화되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등이 시설보수를 조기에 끝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탄산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피자, 버거, 치킨 등 식음료업체들은 계약된 탄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업체들은 탄산 대란을 우려해 일찌감치 주문량을 늘리기도 했지만 업계 평균적으로 70~80% 정도만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외로 맥주 등의 주류업계는 탄산 대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맥주 제조사들은 효모 발효 과정에서 자체 발생하는 탄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류 매장에서 사용하는 맥주 디스펜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 디스펜서의 탄산 사용 비중 자체가 높지 않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음료뿐만 아니라 드라이아이스 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신선식품 배송과 포장 등으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계절 상관없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는 이번 달부터는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 등의 시설보수 일정이 마무리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탄산 대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탄산 부족 현상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와 업계가 나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5∼6월 플랜트 정비를 계획하는 석유화학사는 정비 일정을 조정하고 유통배송업체 등은 드라이아이스를 얼음팩으로 대체하는 등 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산 대란이 지속되면서 피자, 버거, 치킨 등 식음료업체들은 계약된 탄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탄산 대란이 지속되면서 피자, 버거, 치킨 등 식음료업체들은 계약된 탄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탄산 대란 산업계 전반에 영향…탄산가스업계도 직격탄

탄산 공급 부족으로 산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탄산가스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중소 탄산가스업계는 탄산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와 공급사 등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탄산 부족으로 인해 관련 업계는 생산 차질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동광화학, SK머티리얼즈리뉴텍 등 탄산 제조사 대부분이 탄산을 제대로 출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연합회는 국제 유가가 치솟자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3∼6월 플랜트 정비에 나섰고, 이로 인해 석유화학제품의 부산물인 탄산 발생량이 크게 줄어 탄산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탄산 생산 능력이 월 평균 8만3000톤에서 지난 달 2만4470톤으로 급감했고 이번 달에는 1만5430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탄산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름철 드라이아이스와 탄산음료 소비가 증가하면서 탄산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실제 지난 2년간 탄산 가격은 배 이상 오른 상태”라며 “정부는 정유·석유화학사의 정비 일정 공지만으로 2~3년마다 찾아오는 탄산 부족 현상을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산 대란, 고질적 문제가 글로벌 공급난 만나 터졌다

사실 탄산 등 고압가스 수급 문제가 최근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올해 글로벌 식량·원료 공급 문제가 겹치면서 탄산 공급 부족이 더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맞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유사가 3년 주기로 진행하는 2분기 정기 시설보수 때마다 탄산 수급 문제는 꾸준히 발생해 왔다. 이 시기마다 탄산 부족으로 인해 중소 식음료업계부터 일반 제조 기업들까지 조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탄산가스는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반도체·철강·조선·의료·폐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산업계가 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탄산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국내 주요 산업이 셧다운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울산, 서산, 여수, 나주 등에 있는 석유화학사들은 플랜트의 잇따른 정비가 불가피한 일정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수년간 불거진 석유화학업계의 대형 사고로 인해 시설보수 일정을 조정하거나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2~3년마다 나타나는 탄산 공백을 대처하기 위해 대책을 고민 중이지만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들이 안전을 위해 진행하는 시설보수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계의 중론이 모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탄산 수요가 많은 여름철 성수기를 피하는 등의 일정 조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올해의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이 탄산 대란에 영향을 미친 것이기 때문에 이 일정 조정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유사들은 정기 보수 예정일 6개월 전부터 수요 업체에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소비되는 탄산은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들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에서 추출돼 공급량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탄산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이번 탄산 수급 문제도 7월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자동차업계는 자체적으로 저장소 등을 설치해 탄산 수급 문제를 예방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기업들이 탄산을 저장하는 설비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문제다. 

이는 대기업과 협력사 차원에서 상생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완성차업계의 경우 1·2차 협력사가 탄산 부족을 대비하지 못해 협력사의 필요분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는 탄산 부족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탄산가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용접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무작정 민간 기업들의 탄산 저장소 구축을 위해 자금 지원을 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들의 시설보수 일정 조정을 중재하는 역할은 당장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