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리스, 매력 있지만 월 리스료 수준 최대 변수
‘스와프 vs 충전’ 방식 교통 정리도 시간 걸릴 듯

중국이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에 대한 투자와 사업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국이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에 대한 투자와 사업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우리 정부가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전기차 배터리를 빌려 쓰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면 전기차 구매자가 부담하게 될 초기 구입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배터리 월 구독료가 얼마나 될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구독 서비스 허용으로 중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스와프(교환)’ 서비스도 도입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 서비스 이용자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충전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어 이 서비스의 글로벌 영향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열리는 시점이라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에 전기차 구매자와 구매 희망자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마다 배터리 규격과 외형, 사양이 달라 이 문제를 어떻게 표준화할지, 가격 경쟁력은 얼마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구독 배터리 대여 가능…배터리 스와프 서비스도 주목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제2회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를 개최해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의 시장 진출이 가능하도록 자동차등록 원부를 개선할 방침이다.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최근 여신전문금융업계는 전기차 장치 중 가장 고가이면서 핵심 장치인 배터리 구독 서비스 출시를 기획하고 있지만, ‘자동차등록령’ 상 자동차등록 원부에 자동차 외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할 수 없어 상품 출시에 제약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자동차등록령을 개정해 배터리 소유자가 자동차 소유자와 다른 경우 그 사실을 등록원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차주가 리스 회사에 구독료를 내고 배터리를 대여하는 개념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차량 가격이 4530만원인 니로EV 신차의 경우 보조금 1000만원(국비 700만원·지방비 평균 300만원)과 배터리 가격 2100만원을 고려하면 최종 구매가는 1430만원으로 낮아진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도입되면 서비스 방식은 배터리 스와프 방식이 우선 고려된다. 전기차 판매 대수만 550만대에 달하는 중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이 서비스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아닌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에서 이미 충전한 배터리로 신속하게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에 국가 차원의 충전 인프라 투자를 천명했다”며 “같은 해 5월에는 국무원 업무보고에서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권장 방침을 제시하고 해당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 모델은 주행거리 문제 외에도 전기차의 초기 비용 부담을 해결하는 장점이 있다”며 “소비자는 전기차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외한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충전시 대기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경쟁력 확보 못하면 국내 시장 안착 어려워

배터리 구독 서비스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매년 축소되고 전기차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배터리 구독 서비스로 전기차 초기 구입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배터리 구독 이용료가 현재 자동차 리스 계약할 때와 비교해 전체 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관건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배터리 사용료를 어떻게 책정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전기차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배터리에 비해서도 가격이 월등히 비싼 상황에서 배터리 구독료를 포함한 전기차 전체 운영 비용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의 국내 경쟁력도 의문이다. 중국이 배터리 스와프 사업을 하는 것은 충전소와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혼용함으로써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화하고,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을 활용한 광범위한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또 중국이 충전 인프라가 미비한 국가에 전기차와 배터리 교환형 사업 모델을 패키지로 수출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일차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물론 선진국들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문제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면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그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기존 에너지업계가 구축한 전력 생태계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력난을 심하게 겪는 국가들까지 고려하면 중국의 배터리 스와프 방식은 상당히 현실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전력 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국내에서는 표준화가 필요한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 보급보다는 배터리 급속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를 늘려 단점을 보완하는 게 더 사업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도 중국과 국내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 브랜드인 ‘이보고’(EVOGO) 기준으로 운전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충전 배터리를 교체 받는다. 배터리 구독료는 월 399위안(약 7만 7000원)으로 주행 200㎞를 보장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런 수준의 구독료를 보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행되면 월 구독료가 약 30만원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CATL 구독료가 저렴한 이유는 보조금이 투입된 데다 CATL 인산철 배터리가 우리나라 전기차에 주로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50%까지 싸기 때문으로, 국내 구독료가 중국 수준으로 내려가긴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