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이오닉 5·EV6 출시되며 탄력 받아…연료비 절감과 두둑한 보조금 영향

서울시 세종대로변 가로등형 급속충전기. 서울시는 전기택시 보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 세종대로변 가로등형 급속충전기. 서울시는 전기택시 보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자동차 전동화 바람이 택시업계에도 불고 있다. 올해 새롭게 등록된 택시 3대 중 1대가 전기차로 집계된 것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전기택시는 2020년까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오닉 5·EV6가 출시되며 국내 전기택시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2세대 니로 EV와 니로 플러스까지 가세해 인기몰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고유가로 유류비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해부터 충전 인프라가 대거 확충된 것도 전기택시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전기택시 구매 보조금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전기택시 보급률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보조금 받으면 6000만원 대 절반 가격…가스 충전 대비 30~40% 절감 효과

국내 전기차가 30만대 시대에 돌입했다.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국내 전기차 비중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는 택시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통계 전문기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등록된 택시 2만 296대 중 7394대는 전기차로, 전체의 36.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만 해도 등록된 택시 4만 4069대 중 전기택시는 한 대도 없었다. 전기택시는 2014년 9대가 등록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60대로 세 자릿수 등록 대수를 기록하더니 2019년 1029대로 비로소 1000대를 돌파했다. 그러다 지난해 4993대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등록된 전기택시를 모델별로 살펴보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3253대로 가장 많았다. 전기택시 7394대 중 무려 43%를 차지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2434대가 등록된 기아 EV6가 2위, 1702대가 등록된 기아 니로가 3위를 차지했다. 제네시스 G80와 GV70는 각각 2대, 1대가 등록됐다.

20년간 택시 운전을 한 전기택시 운전자 김씨(60)는 “지난해 국내 순수 전기차 브랜드가 출시되면서 전기택시로 전환을 하게 됐다”며 “전기택시 가격은 6000만원 정도였지만 부과세를 면제받고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지원받아 3000만원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전기택시는 연료비와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며 “가스 충전 대비 전기택시 충전 비용은 30~40% 수준에 그치는 데다 전기택시는 엔진오일, 미션오일 등을 주기적으로 교체할 필요가 없어 차량 소모품 관련 운영비는 나중에 타이어 교체할 때나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기택시 증가세가 개인택시에 치우쳐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사용자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기택시 7394대 중 개인택시가 6419대로 86.8%를 차지했다. 법인택시는 13.2%인 975대에 불과하다. 택시업계는 이에 대해 법인택시 입장에서 전기택시가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전기택시는 법인택시 하루 영업 거리를 감안했을 때 완충 후 주행거리가 짧고 여전히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법인 입장에서 전기차 전환으로 얻는 이점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수익금을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법인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하루 30분 이상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를 운영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올해 전기택시 3000대 늘리기로…2025년까지 충전기 20만기 보급 예정

전국 주요 지자체도 전기택시 보급 확대에 적극적이다. 일반 승용차보다 택시의 하루 주행거리가 7~13배나 길어 온실가스 배출이 심각하다는 것이 지자체가 전기택시를 빠르게 보급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서울시가 서울 지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9.2%(20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서울시는 서울 택시 면허를 보유한 택시 운송 사업자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1500대에 이어 하반기에도 전기택시 1500대(개인 1200대, 법인 300대)에 대한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전기택시의 경우 2020년 11월부터 개인택시 부제(의무 휴업일)를 해제해 모든 요일에 택시를 운행할 수 있고 유류비보다 저렴한 전기 충전료로 인해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 220㎞ 운행 기준 연료비가 액화석유가스(LPG)택시의 경우 일 2만 1622원, 전기택시의 경우 일 1만 228원 정도”라며 “서울시는 택시 사업자의 구매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올해 보급 대수를 전년 대비 480% 증가한 3000대로 늘려 전기택시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서울시는 전기택시 구매 보조금을 차량 가격과 성능에 따라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8500만원 이상 차량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55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을 100% 지원한다. 5500만원 이상~85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의 50%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 전기택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커 일반 승용차보다 300만원 많은 최대 1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택시 보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급속충전기 5000기, 완속충전기 19만 5000기 등 총 20만기 충전기를 보급해 생활 주변 ‘도보 5분 거리 충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전기차 50만대 충전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기 보급은 유형별, 설치 장소별 전략적 접근을 통해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를 없애고 언제 어디서나 충전 가능한 생활 충전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추진된다”며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 패턴과 수요를 고려해 주요 교통 거점과 공공 장소에는 급속 충전기를 집중 보급하고 주거 시설과 업무 시설에는 완속·콘센트형 충전기 등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