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영에 ‘구내식당·가족·셀카’ 단골 메뉴...추석 연휴 엑스포 특사 본격 활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삼성 SDS 서울 잠실캠퍼스를 찾아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삼성 SDS 서울 잠실캠퍼스를 찾아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8·15 사면 후 삼성그룹 경영에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폭행보로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식당에서 사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탈권위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는 한편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발 벗고 나서면서 국가적 사업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매주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다음에는 어느 계열사의 현장을 방문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해외 현장경영 방문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추석 연휴 기간 영국 등 유럽 출장에 이어 미국과 중남미도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 엑스포 특사자격으로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의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승계 작업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8월 가석방 이후 한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직원 식당에 이재용이 떴다’ 
잇단 현장경영, MZ세대들과 소통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 그룹 계열사의 구내식당을 잇달아 방문하며 회사 직원들과 소통하는 이른바 ‘스킨십 경영’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점심시간에 서울 신천동에 위치한 삼성SDS 본사의 지하 구내식당에 등장했다. 식판에 가마솥황태곰탕과 공기밥 등을 받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은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그런 모습이 신기한 듯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는 등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워킹맘 직원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입니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 “엄마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한 직원의 요청에 응하면서 “어머니가 회사에서 정말 중요하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가 좋아지는 일을 열심히 하셔서 같이 못 놀아 주는 거야. 건강하고 착하고 올바르게 자라야 돼”라고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직원들에게 갤럭시 Z플립폰을 접은 상태로 사진 찍는 법을 알려주며 “이 기능 때문에 잘 팔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건 출소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를 시작으로 24일 삼성엔지니어링,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했다. 

이중 수원사업장 방문 때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직원들과 어울리며 직급을 떠난 격의 없는 소통으로도 화제가 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간담회를 열고 DX(디바이스경험) 부문 MZ세대 직원들과 만났다. 

한 직원이 “사실 오늘 휴가라 친구들은 양양으로 떠났지만, 저는 부회장님 만나러 왔다.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부회장은 “올해는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냈다”며 “평생 처음 어머니(홍라희 여사)와 단둘이 보냈다. 5박 6일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휴가 기간에) 어머니와 안 싸우셨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크게 웃은 뒤 “안 싸웠다. 하루는 ‘방콕’했고, 어머니의 추천으로 드라마 시청도 했다”고 답했다. ‘어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하느냐’는 직원의 질문에는 “여든 다 된 노인이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어라’, ‘맥주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신다”며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그러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재용 ‘상생’, 협력사에 2조 풀어
‘옥에 티’ 세탁기 폭발은 리콜 단행

한편 삼성 그룹 계열사들은 추석을 앞두고 자신들과 거래하는 중소 협력회사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광복절 사면 이후 이어지는 이 부회장의 광폭행보에 발맞춰 협력사들과의 상생 경영 폭을 넓혔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제일기획·에스원 등 11곳이 추석 연휴 전에 중소 협력회사들에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앞서 8·15 사면 복권 이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자”며 산업 생태계와 상생을 강조했던 이 부회장의 상생 비전에 따른 것이며, 중소기업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물품대금 규모는 삼성전자 1조 4000억원을 비롯해 총 2조 1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조기 지급했던 8000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조기 지급에 따른 이자도 모두 부담할 계획이어서 협력사들은 명절을 앞두고 현금 유동성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됐다.

한편 최근 세탁기 제품이 연이어 폭발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된 제품 불량 이슈에는 무상 리콜을 단행하며 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부터 폭발사고가 발생한 비스포크 그랑데 AI 제품의 리콜을 실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0만 6173대가 생산돼 9만1488대가 판매된 기종이다. 

삼성전자는 사과문을 통해 “드럼세탁기 일부 모델의 도어 강화유리가 접착 불량 등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고객분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에 엑스포 특사로 유럽행
차기 영국 총리 면담도 추진 중 

한편 이 부회장은 이번 명절에 유럽행 출장을 통해 그룹 안팎으로 중요 사무를 점검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재판이 걸려있지만 이달 3일부터 15일까지 12일 동안 법원에 출석하지 않게 돼 해당 기간에 대외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3주마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하지만 추석연휴인 오는 9∼12일은 재판 일정이 없는 탓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 및 판매 거점인 미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삼성전자 사업장을 순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영국과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북중미 지역도 순방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이 부회장은 특사 자격으로 차기 영국 총리로 물망에 오른 트러스 외무장관과의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러스 장관은 오는 5일(현지시간)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엑스포 유치는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중요 사업으로 방탄소년단(BTS)을 홍보대사를 위촉한 데 이어 재계에서도 5대 그룹(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총수들을 유치전에 동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특사 활동이 확정된 것은 이 부회장뿐인데,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이 부회장 등의 사면을 결정한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순방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추석에 임박해서 구라파(유럽) 쪽에 출장을 가서 몇 나라를 돌면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작업을 해주실 것 같다”며 “현대차도 하고 있으며, 롯데도 LG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인사인 총리가 기업 총수 개인의 일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