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기간 없이 차량 구매 가능한 장점 영향…친환경 아닌 중고차 시세는 하락

신차 출고 지연과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중고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차 출고 지연과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중고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제작이 차질을 빚고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중고차 시세도 크게 올라 인기 차종은 신차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거래될 정도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어 더 많은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을 찾을 전망이다.

대기 기간 없이 곧바로 차량을 사는 중고차는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아이오닉5, EV6, 올뉴 니로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차를 새 차로 사기 위해선 1년 가까이 대기해야 해 중고 매물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열 조짐 보였던 아이오닉5·EV6 시세는 일단 주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가격마저 올라 전기차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인 니켈, 리튬 등의 가격은 올해 들어 최대 70% 폭등하면서 전기차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테슬라는 이미 모델3를 출시할 당시보다 평균 1000만원 이상 올렸다. 모델Y 역시 평균 출시가는 7499만원이었지만 현재는 8944만원으로 올랐다. 기아 EV6도 연식 변경을 거치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생겼고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신형은 미국과 유럽에선 인상된 가격으로 출시하고 있다.

중고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전기차는 동일 차급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보조금으로 가격을 상쇄했던 것”이라며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은 큰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신차의 차량 인도 시기는 여전히 1년이 넘어 중고 전기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서 지난달 발표한 ‘중고 전기차 구매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고 전기차에 대한 구매 문의는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문의 역시 36% 증가했으나, 디젤 차량은 20% 감소했다. 이는 최근 요소수 사태와 디젤 연료 가격 급등을 거치면서 디젤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환경 차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과열 기미를 보였던 중고 전기차 가격이 안정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오닉5와 EV6는 중고차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중고 아이오닉5는 지난달 기준 최저 4670만원부터 살 수 있다. 신차 출고가 대비 310만원 싼 가격이다. 중고 EV6 역시 평균 시세가 하락하며 최저 5450만원부터 구매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중고 쉐보레 볼트 EV는 신차 대비 53% 싼 2250만원부터 살 수 있고, 중고 기아 봉고3 EV는 전월 대비 2.4% 하락해 평균 269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테슬라 중고 모델3는 최저 5270만원부터 구매가가 형성돼 있고 이는 신차보다 약 17% 낮은 가격이다. 전월 대비 유일하게 1.3% 상승했다.

인기 높은 신형 전기차는 중고차 시장에 2~3개월이면 등장

신차 출고 지연과 가격 상승 이유로 중고차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출고 지연 여파가 장기화하면 중고차 시장도 매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게다가 최근 고유가, 고금리 부담도 중고차 거래량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고차 거래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시세도 2개월 연속 내려갈 전망이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K Car(케이카)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번 달 시세는 전월에 이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모델 중 하락 모델의 비중은 55%로 전월 대비 7%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고유가 부담에 대형·고급 차량의 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기준으로 국산 중고차 중에서는 기아 카니발R과 제네시스 G70가 전월 대비 각각 5.6%와 4.9%, 수입 중고차 중에서는 렉서스 LS500 5세대가 전월 대비 3.9% 하락해 분석 대상 전 차종 중 가장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유종별로 살펴보면 전월 대비 평균 시세가 휘발유 차는 0.7%, 경유 차는 1.2% 각각 하락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전월 수준의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 매물은 생각보다 중고차 시장에 빠르게 풀리고 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 공식 출시된 전기차 5종을 대상으로 중고차 매출 최초 등록 시기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인기 전기차는 출시 후 평균 2~3개월이 지나면 중고차 시장에 첫 매물로 등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V6는 조사 모델 중 가장 빠른 시기인 34일 만에 중고차 매물로 등록됐고 GV60는 중고차 매물 등록까지 69일, 아이오닉5는 91일이 걸렸다. 모델Y는 신차 출시 이후 102일 만에,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2는 신차 출시 이후 107일 만에 중고차로 매물이 등록됐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신차급 중고 전기차는 신차에 비해 대기 기간 없이 바로 차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유가 상승으로 친환경 전기차로 관심이 확대되는 만큼 중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