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필요하지만 시기가 문제” 호소…여름 버티면 10월에 또 올라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돼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돼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이번 달부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돼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일단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가 5원 인상됨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 원료비 정산단가도 메가줄(MJ)당 1.11원 인상된다. 4인 가구 기준 약 2220원 오르는 것이다.

전기와 가스요금이 동반 인상되면서 가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 속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전기 사용량이 집중되는 7월부터 전기요금까지 인상돼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카페·식당·PC방 “당장 이번 여름 어떻게 넘기나”

자영업자들은 당장 올해 여름을 넘기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카페나 식당의 경우 일단 냉방비가 걱정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기 등의 이유로 매장 문을 개방하고 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냉장고 등의 전력 소모가 큰 외식업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기 군포시에서 10년째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인상되는 밀가루 등의 식재료 가격 때문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 가능한 한 저렴한 시점에 식재료를 구매해 비축하고 있다”며 “식재료 보관을 위해 대형 냉장고도 하나 더 구입했는데, 이렇게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에 따르면 밀가루 26.0%, 식용유 22.7%, 식초 21.5%, 된장 18.7%, 간장 18.4% 등 일상에서 많이 쓰는 식재료의 가격 인상 폭이 컸다. 축산물도 수입소고기 27.9%, 돼지고기 20.7%, 닭고기 16.1% 등으로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원가절감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라고 판단하면 비축할 수 있는 식재료를 미리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축한 만큼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외식업 외에도 PC방 등은 전기요금 부담으로 컴퓨터 등의 시설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폐업을 계획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PC방의 경우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PC방은 컴퓨터 사용 목적 외에도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위해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을 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PC방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달 전기요금이 300만원 정도 되는 PC방의 경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30만원 가까이 더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상회복 기조가 정착하고 매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 인상은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의 회생 의지를 꺾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전기요금 부담 외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 등의 글로벌 리스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 한계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中企 “중소기업 전용 요금 체계 개편 필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취약계층만 괴로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년째 긴축 경영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계는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발표에 즉각 우려를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해부터 광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환율이 1300원대에 육박하는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잇따라 오르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활력을 잃은 668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깊이 공감하나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만큼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등 합리적인 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고효율 기기 교체 지원 확대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정부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목소리는 더 예민하다. 전기요금에 영향을 크게 받는 열처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 관리를 하면서 전기요금에 원가주의를 적용한다는 것이 국제 정세를 감안했을 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비판하며 전기요금 동결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현실적으로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여 원가 상승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시간 문제였다”면서도 “다만 전기 사용량이 유독 많은 7월에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 5조8600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 5조8600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약관 개정해 인상폭 늘린 한전…취약계층 할인 한도 40% 확대 

한국전력은 지난달 27일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별 조정 폭을 연간 조정 폭의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할 연동제 단가를 kWh당 5원으로 확정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분기마다 조정되는 연료비 조정요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당초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가 상승한 영향으로 kWh당 33.6원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한전은 분기 조정 폭 규정을 적용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으로 정부에 제출하면서 연동제 조정 폭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연간 조정한도 kWh당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한전에 회신했다. 

결국 한전은 분기 조정 폭을 연간 한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재산정 내역과 함께 정부에 인가 신청을 했다. 정부는 약관 개정안 인가와 함께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kWh당 5원 적용에 대해 별도의 의견이 없음을 최종 회신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5원으로 확정됐다.

한전 관계자는 “국제 연료 가격 급등으로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데다 한전 재무 여건이 악화되는 여건이 고려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그룹사와 합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각 가능한 자산을 최대한 발굴·매각하면서 사업 구조조정, 긴축 경영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6조원 이상의 재무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한전은 취약계층을 위한 대안도 공개했다. 한전은 폭염이 지속되는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의 할인 한도를 40% 확대할 계획이다. 한전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kWh당 5원 적용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 대부분의 전기요금 부담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장애인, 유공자, 기초수급,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계층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에 따른 요금 증가 폭만큼 할인 한도를 1600원 추가적으로 상향할 것”이라며 “월 최대 9600원을 할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0월에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인상된다. 따라서 전력 수요가 몰리는 여름을 견뎌내도 가을부터 공공요금 인상의 부담은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尹 정부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 공약도 깨졌다

이번 달부터 전기차 충전요금도 인상된다. 전기요금 인상의 여파겠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제도를 예정대로 지난 달 말 종료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제도는 한전이 2017년 1월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시행한 제도로 전기차 충전시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제도를 5년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것에 대해 전기차 보급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내세운 약속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공약이 깨진 셈이다. 정부는 심야 충전 할인 등의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전기차 운전자는 “전기차 보조금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전기차 충전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을 믿고 전기차를 구매했는데 상당히 허무한 느낌이 든다”며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기준으로 완충 비용은 약 1500원 이상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이번 달부터 할인이 사라지면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은 1㎾h당 292.9원에서 313.1원으로 인상된다. 1㎾h당 20.2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한전이 잇따라 적자를 내는 데다 충전사업자의 부담이 커지면서 특례 할인제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 5조8600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을 이대로 유지하면 올해 한전의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특례 할인으로도 약 300억원을 부담했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가 활성화되기 위해 충전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이 잘 되고 있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좋은 충전 인프라의 조건에는 저렴한 충전요금도 당연히 포함돼 있는데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제도마저 없어진다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전기차 심야 충전 할인 등의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4분기부터는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전망이고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다시 인상될 예정이어서 이러한 공공요금 인상은 전기차 등의 잘 나가는 산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