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위 탈환을 다짐하는 문구가 대형 전광판에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위 탈환을 다짐하는 문구가 대형 전광판에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선단 공정인 '2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칩'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자신이 앞선 기술을 내세워 내년에 양산할 계획인 2나노 칩의 고객사를 확보할 방침이다. TSMC와 인텔은 각자 2나노와 1.8나노급 반도체 생산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제조 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GAA 기반 '2나노' 양산 준비하는 삼성
TSMC와 격차 벌어졌던 3나노 시절과 다를까

지난 22일 IT 팁스터 갈록스(Galox)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삼성이 2세대 3나노 공정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2나노 양산은 내년 시작하며, 2세대 3나노 칩과 2나노 칩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최근 외신 및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객사 및 협력사에 2세대 3나노 공정의 ‘명칭만 2나노’로 바꿔 공급하겠다고 공지했다는 풍문이 돌았는데, 이를 뒤집고 ‘진짜 2나노’ 제품을 내놓는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활용한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내년부터 준비할 계획이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4개 면에 전류를 연결해 누설 전류를 줄이는 기술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으로 몸값이 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 때 처리 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을 높이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자동차와 무선주파수(RF) 등 특수공정 완성도를 높여 고객사를 더욱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일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로부터 2나노 공정 기반의 AI 반도체를 수주하며 선단 공정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칩'을 양산하며 그로부터 6개월 뒤에 양산을 시작한 TSMC보다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점유율은 3나노 경쟁이 불붙었던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작년 4분기 합산 매출은 전 분기보다 7.9% 증가한 304억 8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TSMC는 매출 196억 6000만달러로 시장 점유율이 57.9%에서 61.2%로 올랐다.

TSMC의 분기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60.1%에서 2분기 56.4%로 떨어졌으나 3분기에 소폭 상승한 후 4분기에 다시 60%대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파운드리 매출 36억 1900만달러로 시장 점유율이 12.4%에서 11.3%로 소폭 하락했다. 이로써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2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주주총회에서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나노 새 공장 가동 앞둔 TSMC
역대 최대 보조금 손에 쥔 인텔

TSMC와 인텔도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2나노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대만 남단의 가오슝 난쯔 과학단지에 건설하는 22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의 2나노 1공장을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 반입할 장비도 사전 준비하고 있다. 1공장 인근에 건설 중인 2나노 2공장도 부지 조성 및 기초 공사에 들어갔다.

TSMC는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에 조성하는 20팹과 남부 가오슝 22팹에도 2나노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이들 생산시설은 조성 속도를 내기 위해 주‧야간 연속 24시간 체제로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20팹의 2나노 공장은 올해 4월에 관련 설비를 반입해 올해 말 시험생산, 내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1.8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구축 계획을 밝혔다. 애리조나주에만 200억달러를 들여 총 435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최근 미국도 인텔에 8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포함해 총 2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한 2022년 이후 반도체 산업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인텔은 올해 말 1.8나노 칩을 양산, 내년 2나노급 공정 양산 목표인 TSMC와 삼성전자를 앞지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인텔은 1.8나노급 공정의 첫 대형 고객사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영입했으며, 내년 이후에는 성능개선 제품인 ‘1.8A-P’를 공급하기로 했다.

2022년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입한 인텔은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포럼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지난 30여년간 비용 절감만 추구한 탓에 반도체 제조 능력이 아시아로 넘어갔다"면서 “우리가 반도체 생태계에 선순환을 시작하고 (경쟁국과) 비용 격차를 좁히려면 공급망을 재건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겔싱어 CEO는 “우리가 이 산업을 잃기까지 30년이 더 걸렸는데 그것을 3∼4년 만에 법 하나로 고칠 수는 없다”며 “모든 공급망을 리쇼어(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하는 것을 도우려면 제2의 반도체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