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되면 유행처럼 번지는 금연 다짐, '그냥 참기'가 가장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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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만 되면 유행처럼 번지는 금연 다짐, '그냥 참기'가 가장 좋은 방법

“보신각 종소리에 맞춰 비벼 끄는 이 담배가 생애 마지막 담배다.” 아내와 딸에게 맹세한 지 열흘. 흡연 12년 이력의 황종원(가명ㆍ34)씨의 하루 하루는 차라리 지옥이다. 세 살짜리 딸아이의 새우깡을 손가락에 낀 채 녹여 먹지를 않나, 사람들이 없을 때면 흡연실 쓰레기 통을 뒤지질 않나…. 그러다 행여 침 묻은 장꽁초라도 발견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길에서 발견하는 꽁초도 그렇다. ‘사주경계’ 후 떨어뜨린 동전 줍듯 태연하게 주워 핀다. “특히 필터가 하얗고 반도 안 탄 꽁초를 보면 왜 그렇게 포동포동하고 맛있어 보이는지….”

이 정도면 금연을 포기하고 사서 필 법도 한데, “꼴은 이래도 양심이 허락치 않는다”고 했다. 식구들에게는 물론 직장에까지 큰 소리를 쳐 놓은 상태이기 때문. 그러나 지난 열흘을 되돌아 보면, 황 씨의 이번 다섯 번째 금연도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금연 성공율 300분의 1
황 씨만의 얘기일까. 아니다. ‘금연 성공률 300분의 1’이 대변하듯 금연을 다짐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초마다 70%의 흡연자들이 금연을 ‘맹세’한다고 했으니, 구체적으로는 주변 흡연자 열 명 중 일곱의 얘기다. 특히, 올해는 담배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까지 맞물려 ‘금연 열풍’(지난주 인기검색어 7위)까지 불고 있다고 하니, 열에 여덟까지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일찍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도 절감했다. “담배 끊는 게 제일 쉽다. 나는 100번도 넘게 끊었다(Quitting smoking is the easiest thing. I’ve done it hundreds of times).” 결국 금연의 어려움을 장난기 섞어 표현하는 것 외에는 그도 다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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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웨인의 역설처럼 끽연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금연이다. 올 초 금연에 돌입한 배종희(29ㆍ직장인)씨의 경우에도 아침 화장실에서, 식후에, 거래처 손님들과 차 한잔 하면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리고 귀가길 골목에서 한 개피씩 피우는 게 전부인 지극히 평범한(?) 끽연가. 많지 담은 담배여서 끊긴 끊었지만, 최근 실패했다. “지난 98년 담배를 끊고 5년간 잘 버티다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5년을 끊었던 놈이 담배 한 대 피운다고 다시 그렇게 될까, 하는 자만심에 그만…. 온갖 추잡한 짓은 다하고 있죠 지금.”

금연에 성공한 고수들은 강조한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라고. 몇 년이 지나더라도 흡연의 유혹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담배 끊은 놈은 사위로 들이지 말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만큼 독한 마음을 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뜻. 미국 폐(肺) 협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무료 프로그램, ‘금연 매니저’ 사용자들의 인터넷 카페(www.zetasys.net)에 올라온 그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못해 눈물겹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소연 하는 최대의 적은 술. 얼큰하게 취하게 되면 담배에 손이 절로 가게 되고, 취기를 핑계로 못이기는 척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손이 간다는 것이다. 그 유혹을 뿌리치는 방법은 아예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것. 금연에 성공한 이들은 학원을 등록하는 등 일과 이후에 다른 일을 만들어 퇴근과 동시에 그곳으로 달려갈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또 불가피하게 회식에 참석해야 한다면 가급적 구석 자리를 재빨리 꿰차고 앉을 것을 권한다. 주류(酒流)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피는 담배 연기의 미혹에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이들이 털어 놓는 어려움은 화장실. 많은 사람들이 금연 초기에 변비를 호소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커피를 마실 때도, 술자리서까지도 담배의 유혹을 물리쳤건만 변기에 앉아서만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금연에 성공한 고수들의 비법은 이어진다. “비데를 설치하면 금단 현상으로 인한 변비증세는 어느 정도 완화 시킬 수 있다.

온수 모드에서 수압을 ‘강약중강약’으로 조절, 마사지(?)를 하면 변을 쉽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심한 손도 무료하지 않아 담배의 부재로 인한 초조함도 상쇄된다.”, “휴대폰을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 고스톱과 같은 게임을 다운 받아 일을 보는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 담배의 유혹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담배와의 전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금연 성공자들이 자신의 흡연 스타일을 맞춘 ‘맞춤식 금연’ 방법을 추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숱한 금연 성공담도 자신의 흡연 스타일과 무관한 방법이라면 허공의 외침일 뿐. 우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스타일은 여섯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자극형.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를 피우면 자극을 받아 일을 잘하게 되는 형이다. 둘째, 즐거움과 편안함 추구형. 흡연으로 얻는 즐거움과 편안함을 포기하기 어려워하는 유형이다. 셋째는 손장난형.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담배를 꺼내고 성냥을 켜서 불을 붙이는 일련의 과정이 즐거운 사람들. 즉, ‘손’을 위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다. 넷째로는 육체ㆍ심리적 중독형이 손꼽힌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난 후에, 혹은 막 끊자 마자 다시 담배에 불을 당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는 유형으로 금연이 제일 어려운 유형이다. 다섯째, 스트레스 해소형이다. 대체로 화가 나거나 긴장될 때 담배에 불을 붙이는 형으로 아주 소소한 문제가 생겨도 곧잘 담배를 찾게 되는 타입이다. 마지막으로 단순 버릇형. 이들은 담배로부터 얻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담배를 피우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버릇으로 흡연하는 형으로 쉽게 끊을 수 있다. 특히 이 유형에 따른 금연법은 보건복지부서 운영하는 ‘금연길라잡이(www.nosmokeguide.or.kr)’의 자가 테스트 코너에서 처방 받을 수 있다.

“운동하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는 관성의 법칙과 같습니다. 피다 보면 계속 ‘땡기는’게 담배고, 어느 순간 고비를 너머 안 피게 되면 쳐다보기도 싫은 게 또 담뱁니다. 그 고비까지 파이팅입니다, 여러분!” 지난 8년 동안 하루 한 갑 꼴로 담배를 피다 아들의 돌과 함께 ‘금연 2주년’을 맞이한 정희종 씨의 금연 성공기 마지막 부분이다. 정 씨가 허송한 기회 비용을 수치로 환산해 보니, 280보루 - 600만원 ? 270일(담배 피우느라 허비한 시간의 총합)- 미국 폐 협회 제공 자료 기준.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1-13 10:22


정민승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