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산타페 하이브리드 20개월 기다려야...인기 신차도 장담 못 해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자동차업계는 통상 추석 직후를 1년 중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며 마케팅에 주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인기 차량의 경우 대기 기간만 최대 20개월에 달해 출고 적체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차량의 주요 부품 공급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인기 차를 중심으로 적체된 계약분이 워낙 많은 상황이다. 따라서 신차에 대한 수요까지 겹치면 출고 적체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달 완성차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해외 판매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국내 출고 적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신차 출시 기대감 최고조...신형 그랜저 대기자만 6만명

자동차업계가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4분기를 앞두고 대규모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 기업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시점에 전기차를 포함한 각양각색의 신차 모델들을 공개하면서 올해 하반기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번 달 중에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이자 첫 세단 전기차인 아이오닉 6를 출시한다. 아이오닉 6는 이미 지난달 22일 시작한 사전 계약 첫날에만 3만 7446대가 계약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아이오닉 5가 가지고 있던 국내 완성차 모델의 역대 최다 첫날 사전 계약 대수 2만 3760대 기록을 경신해 주목받았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오닉 6가 사전 계약 기록을 세우면서 인기몰이하면서 올해 공급 물량만 1만 2000대 정도로 예상한다”며 “아이오닉 5와 EV6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비싼 제네시스 전동화 라인업 역시 대기 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오닉 6 대기 기간도 최소 1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석 직후 가장 기대감이 큰 신차는 7세대 신형 그랜저다. 올해 연말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이 차는 과거 ‘각그랜저’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 지역 현대차 영업점 집계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 예약 대기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증가세도 빨라 지난 7월 말 3만명이었던 예약 대기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신형 그랜저의 인기 역시 대기 기간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판매 중인 6세대 그랜저의 구매자들도 반도체 등의 수급난 여파로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인기 차종인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경우 10개월 안팎을 대기해야 인도받을 수 있다.

경기도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7세대 신형 그랜저의 정확한 출시 일정과 사전 계약 여부를 묻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6세대 그랜저를 계약한 소비자의 출고 기간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신형 그랜저의 출시일이 확정되더라도 현대차가 사전 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에서는 일단 6세대 그랜저로 계약을 진행하고 신형 그랜저 출시 후 전환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차량용 반도체 등의 주요 부품 부족 현상이 연말까지는 계속될 분위기여서 각 대리점이 다양한 방식으로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한 반도체·부품 수급난...인기 SUV도 최대 18개월 대기

신차뿐만 아니라 기존 인기 차량의 대기 기간 적체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기 기간 1년 안팎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국내 브랜드별 집계를 종합해 보면 하이브리드 계열 차량의 대기 기간이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대기 기간은 20개월 이상이고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대기 기간은 18개월 이상이다.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비슷한 상황이다. 제네시스 GV80와 GV70는 각각 18개월 이상, 15개월 이상의 대기 기간이 필요하다. 쌍용차 토레스는 비교적 짧은 10개월의 대기 기간이지만 최근 KG그룹으로 매각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증산이 시작되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인기 차종의 경우 원래 주문 대기가 많아 차량 인도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렇게 1년 이상 대기 기간이 늘어지는 경우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대기 기간이 1개월 단축돼 5개월 후에 차량 인도가 가능해지는 등 일부 차량에서 반도체 수급난 완화의 징조가 보이기는 하지만 연말까지 획기적인 대기 기간 단축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주요 부품의 수급난과 함께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찻값이 더 오르기 전에 차를 사야 한다는 소비 심리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실제로 고물가 시대에 자동차 가격의 인상 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차량 출고 적체는 지난해 가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올해 초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부터 회복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출고 적체는 더욱 심각해졌고 차를 기다리는 대기 기간은 점점 뒤로 늦춰져 거의 2년을 바라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출고 적체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해서 일정하게 돌아오는 신차 주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출 비중과 라인을 재정비해 최대한 출고 대기 기간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와 주요 부품 수급 차질 등이 경영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차량 인도 지연도 더 심각해지는 상황임에도 당장 개별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며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