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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견, '우리'의 재구축의 해

[2009 문화, 라이프 화두는]
장르 불문 복고와 아날로그적 정서, 엄마의 따뜻함 같은 코드 인기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만, 위기가 계속되면 지쳐버리고 만다. 장기 불황과 용산 참사, 사회 지도자들의 잇따른 타계, 그리고 신종플루의 맹습이 이어진 2009년은 문화계와 생활 곳곳에서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희망 없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그래도 또 다른 희망이다. 따뜻함이다. 좋았던 시절로의 회귀다. 때문에 장르 불문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복고와 아날로그적 정서, 엄마의 따뜻함 같은 코드로 몰렸던 한 해였다. 물론, 여기에는 점점 피폐해지는 사회를 지탱하려는 관심과 안간힘도 동반됐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출발한 '엄마 신드롬'은 공연계와 영화계로 확장되어 따뜻함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속도의 시대에 맞서 인간성과 가족의 역할을 재조명했던 <워낭소리>의 대박흥행도 이러한 정서와 맞닿아 있다.

패션과 라이프 전반에서도 '뒤로'와 '천천히'가 두드러졌다. 1980년대 이후 사라졌던 '파워숄더' 스타일이 김혜수, 손담비 등 패셔니스타를 필두로 되살아나며 전반적인 유행을 이끌었다. 시상식장에서 레이디 가가의 코스프레를 하던 이효리의 파격적인 비주얼을 비롯해 가죽 라이더 재킷과 시선을 압도하는 가죽 레깅스 등 여권 신장을 외치던 1980년대가 재현된 한 해였다.

걷기여행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 제주 올레는 올해 최고의 히트 여행상품으로 꼽힌다. 올레 걷기 열풍은 관광 중심의 기존 여행 패러다임을 자기성찰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이끌어준다는 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발견이 올해의 한 축이었다면 '우리'의 재구축은 그 다른 한 축이다. 양극화를 넘어 파편화되는 사회에 대한 지성인들의 공공적 관심도 여전했다. 문인들이 선정한 올해의 이슈는 용산 참사와 관련한 사회적 발언의 산물들이다. 군사 정부 이후 한동안 폭압적 행정에 나설 일이 없었던 문화예술계가 이번 정부 들어서 잇따라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정치 문화 행정의 현재를 직시하게 한다.

오랫동안 미술계의 기대를 받아온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 운영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잡음을 일으켰다.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과거가 묻힌 곳이니만큼 문화예술적 승화를 그렸던 여러 가지 기대들은 개관과 함께 실망감으로 변했다. 역사적ㆍ˙미학적 맥락 없이 역사의 산물을 신자유주의적 개발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다시 한 번 문화예술을 둘러싼 공론화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무엇보다 올해 최고의 이슈는 신종플루였다. 신종플루의 공포는 밀폐된 공간에서 한정된 공기를 공유하는 공간에서 극대화됐다. 이를테면 공연장이 그런 곳이다. 공연장의 매력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호흡이 무형의 교감을 이루는 것이지만 올해만큼은 이런 점이 철저히 독이 됐다.

그럼에도 새해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올해 거둔 소기의 성과들이 미래를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스타들이 중심이 된 기획공연들이 장르 저변을 넓히고, 보다 큰 규모의 극장들이 생기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규모의 대작들도 창작-관람이 가능해졌다.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콘텐츠의 재발견은 새로운 창작의 원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화예술과 라이프의 각 장르별로 올해의 화두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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