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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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서 전력 생산 부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국가 결정 기여도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NDC)에 따라 온실가스 완화 목표와 정책을 5년마다 제출해야 한다. 

작년 말까지 제출된 165개국의 최신 NDC에는 2019년 이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4%가 포함됐다. NDC의 86%가 전력 부문과 관련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더 높게 잡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은 50~52%, 일본은 46% 감축이 목표다. 중국은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이 목표다. 관련 내용을 세계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작년에 각국은 파리협정과 탄소 제로 법률에 근거해 전력 부문, 탄소 배출, 관련 투자 목표를 유엔(UN)에 제출했다. 전력 부문은 유엔의 장기 온실가스 저감 배출 전략에서 탈탄소화 목표의 핵심이다. 

작년 11월 기준 45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이 전략을 제출했다. 이는 2019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65%를 다루고 있다. 더구나 18개 국가와 EU는 2050년 또는 그 이전까지 순 제로를 달성한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전력 부문에서 노르웨이(이미 순 제로), 덴마크(2027년까지), 오스트리아(2030년까지) 등은 2030년 이전에 순 제로가 목표고, 미국과 뉴질랜드는 2035년까지, 독일은 2045년까지 목표연도를 정했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새로운 탄소 가격책정인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제(ETS) 또는 이 둘의 하이브리드 제도가 작년에 도입됐다. 작년 말까지 65개의 탄소 가격책정 수단이 마련됐다. 

그 중 6개가 전력 부문이다.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도 국가 ETS를 출범시켜 초기에는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석탄과 가스 화력 발전에 적용한다. 향후 발전량과 결정된 벤치마크에 따라 허용량을 제한한다. 중국의 탄소거래가격은 톤당 미화 8달러다. 

EU는 작년에 새로운 2030년 EU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TS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개혁 내용에는 배출 상한선 축소, 시장 충격 완화조치, 탄소 표적 관리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전기를 포함한 고탄소 수입 상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도 포함됐다. 

작년 말 EU 탄소 가격은 톤당 80유로를 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ETS는 열과 전력 등 6개 부문에서 개혁하고, 배출권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톤당 미화 11달러의 임시 최저 가격을 도입했다. 각국 정부는 작년부터 전력기 부문에서도 탄소 가격책정 수단을 도입하기 시작해 향후 국제 탄소 시장에서 계속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좀처럼 줄이지 못하던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약속이 최근에 늘고 있다. 2016년 파리협정과 작년 말 사이에 석탄 발전을 하는 21개 국가가 2040년 이전까지 단계적 폐지 일정을 정했다. 이미 단계적 폐지를 완료한 국가는 벨기에(2016), 오스트리아(2020), 스웨덴(2020), 포르투갈(2021) 등이다. 나머지 캐나다, 칠레, 이스라엘, 영국, 뉴질랜드, 독일 등은 일정에 따라 폐지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작년 석탄 발전량은 전 세계 3%에 불과해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폐지 확대가 필요하다. 

작년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45개국과 EU, 5개 지방 정부, 26개 기관이 연합해 석탄 대신 청정 전력으로 전환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서명 당사국은 전 세계 석탄 발전의 12%를 차지한다. 전환 일정을 보면 주요 경제국은 2030년대, 전 세계적으로는 2040년대까지다. 기존에 단계적 철폐 약속이 없었던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폴란드, 베트남 등 주요 석탄 발전 국가 23개국이 새롭게 참여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이미 석탄 화력 발전은 감소 추세다. 주요20개국(G20)과 중국, 일본, 한국 등은 작년 말로 해외 신규 석탄 발전에 대해 국제 공공 자금제공을 종료하기로 했다. 많은 금융 기관들도 동참을 약속했다. 

EU는 단계적 폐지 정책과 탄소 가격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5~2020년 중 석탄 전력 비중이 절반가량 줄었다. 작년에 잠시 증가가 있었지만, 2024년까지 EU는 2015년 수준의 40%까지, 캐나다는 80% 이상 줄인다. 영국도 2024년에 1% 이하 비중으로 낮출 계획이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 전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염, 한파, 가뭄, 홍수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고 강렬해지면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는 작년 2월 극한의 추운 날씨로 가스 공급과 가스 발전이 줄어들면서, 전기 수요는 예년 겨울 피크보다 20% 늘어 4일간 정전이 발생했다. 4개월 후에는 폭염으로 전기 부족 사태가 터지면서 전력 수요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극단적인 강수 패턴도 전력 시장에 위협이다. 작년 7월에는 폭우로 독일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20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10월에는 중국 북부의 폭우와 산사태가 주요 석탄발전소를 마비시켰다. 브라질은 9월에 주요 댐의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져 전력 수요를 강제로 줄였다. 캘리포니아도 8월에 오로빌 호수의 낮은 수위로 수력 발전소를 처음으로 폐쇄해야 했다. 

전력 시스템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복원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후 변화에 따라 간헐적 변동이 심한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의 복원력이 시급하다. IEA는 작년 6월 각국의 기후 복원력 수준을 평가하는 초기 척도인 기후 복원력 정책 지표(Climate Resilience Policy Indicator)를 발표했다.

유엔과 IEA가 추진하는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당장 전력 부문에서 급격한 탄소 감축을 시작해야만 한다. 기후 변화는 결국 탄소 배출량과 비례한다. IEA는 전력 부문 탄소 배출량이 2021~2024년 중 거의 같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 각국의 탄소 정책들을 다 모아보면 배출량 감소와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성과 저탄소 공급에 많은 관심과 연구 개발, 투자 등 대규모 변화가 필요하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부회장

 


최민성 델코리얼리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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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