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분석한 정당 내부의 당권, 공천, 대권 갈등

지방선거 후 여야 모두 '충전'과 '반성' 대신 내홍

국힘 이 대표-친윤 갈등 낮은 국민 지지율 원인

민주, 쇄신 외면 '당권-공천-대권' 놓고 분열

세계 경제 위기 속 국회 공전... 여야 민생 외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각 당의 내부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선거는 곧잘 ‘전쟁’으로 비유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화력을 다 쏟아 붓는 대결이라서 전쟁으로 상징된다. 전쟁은 승리의 기쁨도 크지만 온 힘을 다하는 대결이므로 직후엔 보통 에너지를 회복할 휴식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각 당의 사정은 일반적인 포스트 전쟁 성격과 전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 이후부터 내리 패배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이다. 전쟁에서 패한 이후 위기 국면에 지도부가 선택하는 카드는 비상 체계 또는 비상 경영을 선포하게 된다. 

선거 직후 민주당은 윤호중과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체제를 해체하고 ‘우상호 비대위’로 갈아탔다.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헌과 당규대로 8월 전당대회를 재확인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극심한 내부 홍역을 앓고 있다.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명’(친이재명)계와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당권 도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반명’(반이재명)계가 처절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상호 비대위에서 직면한 당면 과제는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이재명, 홍영표, 전해철 등 당권 도전할 것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출마하지 말고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의원을 견제하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또 하나는 전당대회 룰이다. 현행 규정은 대부분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참여로 구성돼 있고 국민여론조사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 비율을 당심 50% 대 민심 50%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부터 국민여론조사를 50%부터 반영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어깨 위에 놓여 있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계파를 뛰어넘어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8월 전당대회 관리까지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만큼이나 국민의힘 내부 또한 내홍과 갈등의 짙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라는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정치적인 전리품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라면 모를까 서로 싸울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의 갈등과 충돌은 현실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대표는 2024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까지 논의 가능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고 혁신위원장으로 최재형 종로구 국회의원(전 감사원장)을 임명했다. 이 일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최 의원은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처지다. 

임기 절반이 남아 있는 이 대표가 내년 6월 퇴임 이전에 당 기반 깊숙이 뿌리를 내리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오는 27일 당 윤리위원회(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의 심사를 앞두고 이 대표와 당 중진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정 국회 부의장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 대표가 ‘(당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기 정치’를 한다면서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선물로 받은 ‘육모방망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정 부의장을 저격할 정도로 충돌은 점입가경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이후에도 이 대표의 ‘친윤’(친윤석열) 세력을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을 정도였다. 친윤 조직으로 인식되는 ‘민들레’(민심을 들을래)라는 조직에 대해 거부감을 분명히 했고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선거 이후 재충전의 시간도 없이 각 당의 내홍이 더 격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권에서 2024년 공천 그리고 2027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충돌이 일찌감치 치닫고 있는 사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각 당의 당권, 공천, 대권에 얽힌 권력 쟁투가 빨리 시작되는 이유 중의 첫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지표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태에서 윤 대통령은 선거에 이겨서 정권 교체를 해냈고 지방선거에서 완승해 지방 권력까지 거머쥐었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이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이다. 선거는 구도가 중요한데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구도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전쟁이 된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면 주도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다. 리얼미터가 자체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을 물어보는 조사(전국2000~2500여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약2.0~2.2%P 응답률 약3~10%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지방선거 직전인 5월 23~27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 지지율은 54.1%로 50%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부정 평가는 37.7%로 30%대로 내려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선거 직후인 6월 7~10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48%로 나타났고 부정 평가는 44.2%로 나왔다(그림1). 지방선거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약 6%포인트 가량 주저앉았고 부정 평가는 거의 6%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겼기 때문에 60%대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실제 결과는 지지율 ‘역주행’이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것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직후에 지지율이 역으로 더 내려간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 

투표율이 대선과 비교해서 25%포인트 이상 지방선거에서 낮아졌다. 이른바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투표 포기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대선에서 80%이상 투표율이 나왔던 광주광역시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37.7%로 폭락했었다. 즉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투표소로 나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지지층으로 돌아서는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역주행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사 참사’다.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기대감에 가장 큰 걸림돌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라면 취임 이후 계속 불거지고 있는 인사 후보자들의 논란과 의혹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가중시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3P’로 구성된다. 대통령의 이념철학(Philosophy), 정책(Policy), 사람(People)이다. 임기 초반이므로 이념철학이나 정책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대통령의 인사 특히 인사의 성격과 다양성 그리고 파격성에 주목하게 된다. 그런데 국민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 모습이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의혹으로 국민 민심이 찢겨져 나갔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 반응이었다. 

여기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명됐지만 더 큰 논란이다. 음주운전 이력이 있고 논문 표절 논란과 의혹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인사가 대통령 국정 수행의 가장 큰 타격 원인이라면 ‘구조적인 원인’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윤 정부는 여소야대 국면에 놓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정권 구조다. 애당초 허니문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는 구조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50% 지지율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70% 지지율’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구조적으로 지지율 고공행진은 나오기 어려운 집권 형태다. 남북 문제는 첫 단추부터 대결 구도로 불거지고 노사 관계의 거친 미래는 화물연대파업으로 확인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해상 봉쇄로 초래된 식량 위기 우려와 관련, "폴란드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임시 곡식 저장고(silo)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은 더 중요한데 미국의 사례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을 시사했다. 극적인 반전 상황이 펼치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 바 있었다. 미국에서 활동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의 죽음 배경에 사우디 왕세자가 있다는 정황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가 돌변했다. 지지율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원유 생산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라고 그 영향권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이터통신-입소스 조사)로 폭삭 내려앉은 상태다. 기름값 상승으로 지지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이 절실해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정치 현상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지표다. 각 당이 당권, 공천, 대권으로 조기 충돌하는 가장 큰 이유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꼽힌다. 임기 1년 차는 대통령의 시간이다. 그러나 지지율을 볼 때 대통령의 시간이 되지 못하면서 당의 아비규환 시간이 되고 있다.

심각한 정도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의 혼돈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인다. 연거푸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당내 내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당권-공천-대권’으로 연결된다. 민주당은 지난 2017년 정권을 획득하고 난 이후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국정 농단으로 거의 해체 수준으로 전락한 보수 정당은 존재감이 사라졌고 경쟁자 없는 선거 전쟁에서 민주당은 쾌속 질주였다. 돌이켜보면 숙적이 사라진 시장에서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만다는 시장 이론이 정치권에도 적용된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선거 압승에 도취된 민주당에 개혁과 혁신은 남의 이야기였다. 

지방선거 이후 많은 선거 패배 분석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지적이 ‘검수완박’ 법안 강행 통과가 선거에 치명적이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국민 여론까지 부정적으로 지적한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할 때 제대로 제지하거나 중단하려는 당내의 목소리가 없었던 말인가.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침묵하면서 이제 와서야 참고서를 보지 않아서 시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자기 반성은 망언에 가깝다. 선거 연패로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위기 상황에서 구심점이 없는 민주당의 미래는 좌불안석이다. 

넥스트리서치가 SBS의 의뢰를 받아 8~9일 실시한 조사(전국1010명 유선RDD 및 무선가상번호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민주당의 가장 바람직한 쇄신 방향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청년 신진 인재를 통한 세대 교체’가 43.6%로 가장 높았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586용퇴’를 주장한 발언에 이은 연장선상이다. 꼭 586세대나 운동권을 의미한다기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민주당의 계륵이 된 정치인들이 물러나고 ‘물갈이’가 돼야 한다는 차원이다. 

그 다음으로 선택된 쇄신 방향은 ‘당내 중진 원로를 통한 세력 통합’, ‘이재명을 의원을 중심으로 재편’, ‘친문(친문재인) 중심으로 재편’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는 이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변신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별로 환영하지 않는 결과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은 정반대다.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가장 높은 39.4%가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조직 재편’을 쇄신 방향으로 꼽았다(그림2). 즉 전체 유권자의 기대 방향과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 방향이 정반대다. 

이상적인 선택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결국 현실적인 요구는 이상과 달랐다.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비대위가 지도 체제 그리고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서 갑론을박하기 십상인 이유다. 

민주당의 최대 관심사가 된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여론 역시 정반대의 ‘동상이몽’ 결과가 나왔다. SBS와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 의원의 당 대표 도전에 대해 전체 응답자들은 ‘적절’ 의견이 35.2%로 나타났고 당권 도전에 반대하는 응답은 56.1%로 절반을 넘겼다. 

그렇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을 분석하면 다른 답이 나온다. 당권 도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66.2%로 압도적이다(그림3).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진보층에서도 당권 도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는다. 

정치적 행위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이해 관계를 회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 지키기’와 ‘이재명 세우기’에 적극적이다. 결국 당권이 2024년 공천권이 되고 공천권으로 당을 장악하는지 여부가 대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전체 유권자와 민주당 지지층의 판단이 다르다면 갈등은 예고된 현실이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든지 아니면 출마는 하지 않지만 당내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권을 행사하든지, 당의 앞날은 연쇄적인 충돌이 예상된다.

당권과 공천 그리고 다음 대선을 둘러싼 갈등과 파장은 비단 민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 이후 이번 지방선거까지 3차례 연전연승을 거듭했지만 국민의힘은 잔칫집 상태가 아니다. 

지방선거 후보자 당선증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지만 당은 내홍의 끝판왕 양상이다. 이준석 대표가 정 부의장과 나눈 대화 내용은 정치적 라이벌 사이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정 부의장은 5선의 중진 의원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현실 정치에 나갈 때 가장 많은 조언을 해 준 최측근 중 한 사람이 바로 정 부의장이라고 한다. 정 부의장은 이 대표를 향해 ‘자기 정치’를 한다고 맹공격했고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정미경 최고위원의 성남 분당갑 당협위원장 선정에 대해 ‘당협 쇼핑’이냐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정 부의장의 공세에 대해 우크라이나 방문 때 받은 ‘육모방망이’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정면충돌로 번졌다. 

정 부의장이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이 대표가 소이부답을 놓고도 응수할 정도로 당권을 둘러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장면이다. 정 부의장은 ‘당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 최고위원의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 설전을 벌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무관하다고 단정 짓기가 힘들다. 

아무튼 ‘비윤’(비윤석열)계인 ‘이준석 죽이기’, ‘이준석 때리기’는 실패한 모양새다. SBS와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자들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들’ 즉 ‘친윤파’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51%로 절반을 넘겼다. ‘이 대표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정작 정 부의장이 이 싸움에서 거둔 이득은 별로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를 적으로 돌려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20대(만 18세 이상)는 이 대표의 책임이라는 의견보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들 ‘친윤파’ 책임이라는 의견이 2배 이상 높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의 답변은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의 책임과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그림4). 즉 당내 공방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층도 반반씩 나누어진 구도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은 당내 기반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 권력과 세력 구도에 대해 정치적인 힘을 개입시키기 어렵다. 당내 계파 충돌과 협력이 번갈아 일어나는 이유다. 

그래서 국민의힘 차기 리더십이 누가 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전체 의견은 ‘이 대표의 현 지도부’와 ‘안철수 의원을 포함한 새로운 세력’이라는 응답이 각각 30.8%, 31.2%로 나왔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이 바라는 차기 리더십 순위는 달랐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들’이 35.6%로 가장 높았다(그림5). 국민의힘에 대한 ‘향후 리더십’까지 동상이몽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정당은 정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인 결사체이다.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이익’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지 모를 위협을 받고 있다. 석유, 원자재 등 가격은 폭등하고 있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0.75%포인트나 되는 기준 금리 인상으로 ‘자이언트 스텝’ 카드를 빼들었다. 다음 달에도 0.5%나 되는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하는 중이다. 

국민들은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에 희망을 가지기는커녕 불확실한 경제 변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밤새워 민생 현안 해결 대책을 마련하고 법의 사각 지대에서 자행되는 무수한 악행과 싸워야 하는 정당 본연의 임무는 아예 보이지 않고 있다. 

맹자는 나라를 잘 다스리는 방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시켜주는 일이 가장 기본이라는 판단에 따라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명언이 그 답변에서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 있을 당권 그리고 2년 여 뒤에 수면 위로 부상할 공천권에 목매는 정치권을 바라보며 국민들의 마음은 미어터지고 있다. 집권 여당과 제 1야당은 인사 청문회마저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상임위 배분과 문재인 정부 및 이재명 의원에 대한 보복 수사 논란 등으로 민생에 중요한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 보내고 있다. 

당권과 공천 욕심을 둘러싼 공방뿐만 아니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 정도인데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까지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임기 초반 대통령의 시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민심을 무시한 정권이 퇴출당하는 사례를 빈번하게 지켜 본 적이 많다. 민생 대결이 아닌 ’내로남불‘ 정쟁이라면 1초도 머뭇거리질 말고 당장 멈춰야 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