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골퍼라면 누구나 '멀리 똑바로(Far & Sure)'를 원한다. 직경 4.3cm, 45g의 작은 공을 가장 멀리, 가장 작은 홀(4.25인치, 108mm)에 최단 횟수로 집어넣는 골프이기 때문에 그 강력한 드라이버의 힘과 퍼터의 정교함이 바로 골프의 매력이다. 

장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폭염 속에서도 호쾌한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야~ 시원하다!"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PGA 투어에서는 존 델리가 처음으로 300야드 장타 시대를 연 이후 로리 매킬로이(317야드), 행크 퀴니(321야드), 브라이슨 디섐보(323야드) 등 장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LPGA 투어에서는 안네 반 담(290야드), 비앙카 파그단가난(284야드), 렉시 톰슨(279야드), 넬리 코다(275야드) 등 270야드 이상 나가는 선수들이 많이 있고, 최근 2부 투어에서 298야드를 치는 선수가 나왔다. 곧 여자 골퍼 가운데서도 300야드를 치는 선수가 나올 전망이다. 

미국은 메이저 대회를 중심으로 투어 코스 세팅이 점점 더 길어지는 추세다. 국내 코스는 습도가 높아 해외보다 비거리가 통상 10~15야드 정도 덜 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수들의 2021년 자료를 보면 김아림 프로가 277야드로 5위이며, 김세영 267야드, 박성현 263야드, 이정은6 261야드, 고진영 258야드, 전인지 255야드, 유소연 254야드 순이다. 

최경주 프로는 "프로나 아마추어 '고수' 골퍼 가운데 그립이 나쁜 예는 거의 없다."라고 했다. 대부분 골프채를 느슨하게 잡거나 다운스윙 때 다시 잡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백스윙 정상에서 골프채가 흔들리고 임팩트 순간 골프채가 뒤틀려서 정타가 안되어 원하는 샷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단다. 

장타(長打)를 치려면 우선 정타(正打)로 쳐야 한다.

물론 정타가 모두 장타는 아닐 것이나, 장타의 기본이 정타다. 제대로 골프채의 헤드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느린 정타에서 장타는 나오지 않는다. 헤드 마찰 속도를 높이고(일반 여자 프로골퍼는 초당 80마일 내외이고 장타자들은 90마일 이상) 동시에 타임 밸런스(정확한 임팩트를 위해 허리 코어의 턴과 무게 중심의 이동, 손목 코킹 유지 시간 등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리듬과 템포)를 잘 제어해야 한다. 

어린 학생 선수들이 성인 아마추어보다 비거리가 많이 나가고 야구 선수 출신들 가운데 장타자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장타로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려 놓으면 일단 좋은 스코어를 만들기에 유리하다. 골프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드라이버샷이 정타가 되지 않고 심한 슬라이스나 훅이 나게 되면 비거리 손해를 본다. 장타는 지형에 따라 지름길로 가로질러 타수를 줄일 수도 있고, 공이 멀리 날아갈수록 페어웨이보다 러프에 떨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장타자는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퍼팅 능력도 부족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주로 연습했던 딸은 장타 부문에서는 대부분 5위권 내에 있지만, 퍼팅 등 정교함이 뒷받침될 때는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골프장처럼 OB가 자주 나는 산악지형의 대부분 코스는 비거리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편이 다소 유리하다. 코스에 따라 장타자에게 유리한 지형이 일부 있긴 하지만, 장타자들이 반드시 평균 타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KLPGA 투어 상위권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장타에 아이언샷과 퍼팅 능력까지 모두 뛰어난 선수들도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도 장타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다. '골프는 비거리다!'라고 강조하면서 어프로치샷보다 비거리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비거리 욕심만 지나치다 보면 자칫 어드레스 때부터 힘이 들어가서 골프채를 당기거나 정타가 안되어 장타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골프공의 표면은 딤플(dimple)로 되어 있다. 작은 홈의 딤플은 공에 작용하는 공기 저항을 줄여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바로 백스핀이다. 

볼은 둥글기 때문에 정타에는 백스핀이 걸리지만, 살짝 빗맞게 되면 볼이 찌그러지고, 드라이버 페이스도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면서 사이드 스핀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특성으로 프로선수들은 페이드나 드로우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은 슬라이스와 훅으로 나타난다. 

볼은 헤드의 중앙인 '스윗 스폿'에 정타로 맞아야 제대로 똑바로 간다. 

사이드 스핀이 나지 않으려면, 스윙할 때 타원형의 완만한 궤적을 유지하면서 플로우 스루 때 팔을 목표 방향으로 쭉 뻗어야 한다. 통상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샷 할 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임팩트 순간에 볼이 페이스에서 떨어지기 전에 헤드의 방향이 바뀌면서 볼이 깎여 맞아 사이드 스핀이 발생한다. 그래서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도 정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모'는 모서리를 말하는 것으로 멀리 돌아서 간다는 말이다. 이 말은 참 유용하게 쓰이곤 한다. 정면 돌파하여 바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표는 달성해야 할 때 쓰이는 말이다. 

골프에서도 정타가 되지 않고 슬라이스나 훅으로 비거리가 짧거나 어려운 장애물에 봉착했을 때 흔히 긍정적으로 동반자를 위로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인생 여정에서는 굳이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고 지치기 쉬운 '모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정면승부가 가장 지름길이고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러프나 벙커조차 무시하면서까지 정면 돌파하는 방법은 반드시 현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정타와 같은 '굿 샷'에서만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타가 안된 트러블 샷도 잘 처리하면 오히려 득이 된다. 어려운 샷을 잘 처리해서 나의 평균 타수를 유지하게 되면 사기가 올라 더 잘될 수도 있다. 타이거 우즈도 장타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불필요하게 무리한 공략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리하지 않는 유연함의 지혜도 골프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래도 일단 정타가 되어야만 장타도 나올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자! 그냥 앞을 보고 똑바로 살아갑시다. 골프든 우리 삶이든.

*칼럼니스트 곽해용: 육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이며 최근에는 행복한 골퍼를 응원하는 『홀인원보다 행복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2022)』를 출간하였고, 『50대, 나를 응원합니다(2020)』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2021년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곽보미 선수의 아빠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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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해용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