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턴 타운 센터에서 개발 추진 중인 야외 시설인 '파빌리온 공간'의 조감도. (사진=레스턴 타운 센터 누리집 화면 캡처)
레스턴 타운 센터에서 개발 추진 중인 야외 시설인 '파빌리온 공간'의 조감도. (사진=레스턴 타운 센터 누리집 화면 캡처)

어느 사회든 소득, 성별, 교육, 연령, 성적 취향, 인종, 민족, 경제적 지위 등의 차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불평등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공범 관계로 엮어져 있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평등하고 포용적이며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부동산 분야는 특정한 장소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면서, 불평등 관계를 어느 정도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이를 ‘창의적 장소 만들기’라고 한다. 지역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함께 번영할 기회를 준다. 따라서 장소 만들기는 건강한 지역사회로 가는 핵심 수단이다. 세계적 도시개발협회인 어반 랜드 인스티튜트(UL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창의적인 장소 만들기는 투자가 부족한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수단이 된다. 문화예술을 부동산에 계획적, 의도적으로 통합하면서 시작된다. 창의적인 장소 만들기에는 경계가 없다. 

하지만 지역의 전체 건축 환경과는 관련이 깊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 창의적인 장소 만들기를 반영하려면 문화예술을 부동산 기획 단계인 설계 디자인부터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채택해야 한다. 장소 만들기 전략은 기반 시설, 공원, 공공장소에서부터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건축 환경 전반에 걸쳐 보다 평등한 지역사회를 촉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문화예술 산업의 경제적 비중은 크다. 미국의 예를 보자. 국립 비영리 예술 옹호 단체인 AftA(Americans for the Arts)는 예술과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화하는 보고서인 ‘예술과 경제 번영’을 5년마다 작성한다.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문화예술 산업은 8767억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2% 비중이며, 산업별로는 3위를 차지한다. 소매업이 1조 2000억달러로 가장 많고, 건설이 8900억 달러 다음 순위다. 문화예술은 교통 운송, 유틸리티, 교육 서비스, 광업, 농업 임업 등보다 비중이 더 크다. 

문화예술은 지역사회의 관광 산업에 큰 도움이 된다. AftA의 연구에 따르면, 예술 행사 참석자들은 행사 입장료 외에 별도로 식사, 주차, 베이비시터와 같은 항목에 1인당 31.47달러를 지출한다. 문화예술 이벤트 참석자 중에 현지 주민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참석자 34%는 외지인이다. 이들은 이벤트 관련 지출로 47.57달러를 더 지출한다고 한다. 문화예술 여행자는 진정한 문화 경험을 찾기 위해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아주 이상적인 관광객이다.

문화예술은 경제와 삶의 질 및 부동산 가치 증진에 기여한다. 2018년 AftA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6%는 문화예술이 지역 기업과 경제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90%는 예술과 문화가 삶의 질에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2016년 ULI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1%가 예술과 문화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지역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미국 버지니아 북부 페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레스턴 타운센터는 보행자 친화적인 공공장소, 공공 예술, 갤러리, 극장, 프로그램, 축제 등 많은 문화예술을 실행하고 있다. 이곳은 이 지역에서 살면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다. 

이 타운 센터는 평균 사무실 공실률이 16~18%인 다른 동네와 달리 1%(0.05%) 미만의 공실률을 기록한다. 사무실 평균 임대료도 카운티 내에서 가장 높고, 인근 몇 블록 떨어진 곳의 건물보다 50%가 더 높다. 그만큼 문화예술을 통해 방문객이 많이 방문하고 상권이 활성화됐다. 

문화예술은 장소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높인다. AftA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0% 이상이 예술이 지역사회의 질과 거주 가능성을 향상한다고 답했다. 이미지와 정체성을 고취하고 나이, 인종, 민족과 관련 없이 지역사회를 통합하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보편적 인식으로 인해 부동산 개발에 문화예술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는 거주자, 기업, 방문객 등 더 많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다. 

문화예술은 ‘장소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신규 부동산 개발이 진행되는 대부분의 현장은 이미 풍부한 문화적,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기존의 ‘장소’다. 기존 장소의 역사와 문화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해 이미지와 정체성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결과인 저소득 주민과 영세상인을 내쫓는 나쁜 결과를 없앨 수 있다. 

비즈니스가 커지면서 새로운 업종과 산업이 들어오고 여기서 종사하는 직원과 그 가족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주택과 일자리는 더 풍족해진다. 따라서 장소 유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잃을 위험에 처한 지역에서 형평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기업도 문화예술은 인재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미국 대졸자의 절반이 회사를 옮길 때 문화예술이 풍부한 입지를 강하게 선호한다. 특히 밀레니얼세대는 남들보다 문화적 결핍이 생기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결국 기업도 이런 입지로 회사를 옮겨 인재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장소 만들기는 지역사회의 주민, 지방 정부, 부동산 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을 준다. 창의적인 장소 만들기를 통해 지역사회는 사회적 결속력 향상, 더 나은 건강, 안전한 동네, 경제효과 등의 혜택을 얻는다. 

지방 정부는 세수 확대, 일자리 증가, 공공 안전 등의 이점이 생긴다. 참고로 미국은 전국적으로 비영리 예술 단체와 관람객 활동의 결과로 연간 27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부동산 회사들은 자산 가치 증가, 손익분기점 단축, 부동산 시장 수요가 확대되는 효과를 누린다. 또한 인허가 기간 단축, 소비자 인식 증진으로 조기 분양과 임대, 높은 임대 유지율, 전체 프로젝트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더 자주 방문하며 애정이 담긴 곳에서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창의적 장소 만들기는 기본적으로 문화예술을 부동산 장소에 접목하여 해당 장소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장소에 많은 사람이 오게 해 더 큰 상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장소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약 30~50명의 예술가 그룹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작업할 수 있는 ‘24/7’(24시간 7일 내내) 스튜디오를 무료나 아주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작품을 감상하는 주민과 방문객이 늘면서 문화예술 거리가 형성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스튜디오 제공이 인색하다. 하지만 잠재적 여건은 풍부하기에 지자체와 부동산 업계가 지혜를 모으면 가능해진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