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미국은 1992년 에너지 정책법을 만들고 주택 화장실, 샤워기, 수도꼭지 등의 최대 수돗물 사용 상한선을 정했다. 1999~2016년 기간 중 단독 주택에서 1인당 수돗물 사용은 15.4%나 감소했다. 주로 효율이 개선된 비품과 가전제품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한 절약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단독 주택의 수돗물 사용량은 주거용 물 사용의 70%를 차지한다. 2016년 기준 미국 가정의 물 절약형 화장실은 37%, 세탁기는 46%뿐이다. 

전 세계 물 재사용 시장은 2021년 213억달러에서 2026년 405억달러로 5년 동안 두 배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적 도시개발협회인 어반 랜드 인스티튜드(ULI)의 최근 자료를 통해 관련 현황과 건물 시스템, 설비, 가전 등의 물 절약 방법을 살펴본다. 

오래된 설비와 가전제품을 교체하면 물을 아낄 수 있다. 비주거 건물의 예상 절약 수준은 ▲화장실 20~65% ▲소변기 50~100% ▲수도꼭지 센서 10~50% ▲샤워기 20~30% ▲수냉식 장비 개선 95~100% ▲식기 세척기 15~50% ▲제빙기 15~90% 등이다. 미국의 설비별 1인당 물 사용 비율은 화장실 24%, 수도꼭지 19%, 사워 19%, 세탁기 19%, 누수 14%, 기타 4%, 목욕 욕조 3%, 식기 세척기 1%다.

물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 측정하는 스마트 계량기와 서브 계량기를 사용하면 누수와 물 절약, 중수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정의 물 사용량을 평균 19.6% 줄인다고 한다. 대형 복합건물을 포함해 모든 건물은 마스터 수도 계량기를 통해 물을 받고 있다. 물 절약 의식이 부족한 입주자는 15~20% 더 많은 물을 사용한다. 

서브 계량기는 건물 각 공간이나 기기별로 물 사용을 계량하고 청구서를 개별적으로 보낼 수 있다. 다만 배관 시스템 설치비가 부담될 수 있다. 대안으로 물 사용 설비와 기기에 단말 계량기를 설치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누수의 방지·탐지·개선은 물과 돈을 절약하는 핵심이다. 2초에 한 방울씩 누수가 발생할 경우 1년이면 낭비된 물이 총 1000갤런을 넘는다. 미국의 주거용 화장실의 20~35%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누수의 주원인은 노후화된 배관과 설비 때문이다. 

누수를 탐지하는 방법은 설계 과정에서 책정된 시설별 물 예산과 실제 물 사용 비교, 전문가를 활용한 탐지, 최신 누수 감지기 설치, 낡은 배관과 기기의 수리·교체 등이 있다. 누수 데이터를 빌딩 자동화 시스템에 연동하면 누수를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미국 호텔은 상업용과 기업(기관) 부동산 총 물 사용량의 15%나 쓴다. 객실 하나가 하루에 396갤런의 물을 쓴다. 호텔은 물 부족 지역에서 물 스마트 전략에 필수 역할을 한다. 

클라리온파트너스호텔은 미국 25개 주 56개 호텔에서 8300실을 운영한다. 2014~2018년 동안 모든 호텔의 욕실 설비를 교체했다. 물 절약 화장실을 설치해 호텔당 연평균 9000달러를 절약하고, 수도꼭지 개선으로 연간 9만1000갤런의 물을 줄였다. 샤워기도 교체해 50만갤런을 절약했고 이와 함께 온수용 가스비도 절감, 호텔당 연평균 7250달러를 절약했다. 

건물의 물 절약과 효율성은 물 충족을 위한 효율적인 비용 관리이자 환경친화적 옵션이다. 건물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대체 수원으로는 욕실·세탁의 그레이 워터, 주방·화장실의 블랙워터, 빗물 저수조, 폭우 저류지, 지하수 수집, 에어컨 응축수, 냉각탑 배출수, 필터와 역삼투 후 잔류수 등이 있다. 

물 효율성에 관한 옵션과 지역별 물 재사용 법규를 연구하면 수돗물 사용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체 수원은 최종 사용 용도에 따라 정제·살균 같은 물 처리 정도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실내 재사용 물은 살균 소독이 필요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각 주(州)의 물 재사용 지도 현황, 대체 수원, 재사용 용도 및 식별을 돕는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건물의 중수처리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미국은 지자체별로 전체 중수처리 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건물에서 재생수는 조경용수, 화장실, 냉각탑이나 장식용 연못·분수의 보충수, 환기구 청소 등에 사용한다. 

건물에서 중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점검할 부분이 있다. 건물 내 재활용 대체 수원의 수량 여부, 최종 사용 용도에 적합한 수질과 개선 방법, 대체 수원에서 최종 사용처까지의 배관 등이다. 미국의 대체 수원은 국가표준연구소(NSF)의 현장 주거 및 상업용 재사용 처리 시스템(ORCRTS)을 준수해야 한다. 

상업용 건물과 공동주택의 물 수요에서 중수 사용 비중은 각각 95%, 50%까지 가능하다. 물 재사용은 필요한 물을 추가로 확보하는 탁월한 기회를 제공한다. 건물 현장 별로 대체 수원을 포착하고 운반 방법이 다르기에, 잠재 수원에 대한 가능성을 평가하여 투자 대비 회수를 결정해야 한다. 건물의 수처리와 재사용 시스템에는 상당한 설계 노력과 초기 비용이 필요해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미국 물효율성연합(Alliance for Water Efficiency) 홈페이지는 배관 설비와 가전제품에 대한 표준과 지침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절약 프로그램인 워터센스(WaterSense),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LEED), 국제 배관 및 기계 공무원 협회(IAPMO)의 그린 배관 및 기계 코드, 국제 코드 위원회(ICC)의 국제 그린 건설 코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워터센스는 제품에 물 효율 라벨을 부여해 최소 물 20% 이상의 절약을 보증한다. 이외에도 미국은 대체 수원 시스템의 건설·변경·수리 등에 필요한 물 재사용 지침, 사례, 맵핑, 법률·정책·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연방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FEMP), 국제 배관 및 기계 공무원 협회(IAPMO), 워던 재단, 물 재사용 협회(WRA) 등이 해당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물 재활용량은 2018년 기준 15억톤으로 전체 이용량 387억톤 대비 4.1% 수준이다. 그나마 재이용된 물 15억톤 중 73.3%가 하수처리수로 사용한다. 중수도로 재이용된 물은 23.7%에 불과하며, 빗물 사용은 0.8%로 매우 미미하다. 그나마 빗물과 중수도 활용시설 등의 설치 건수가 매년 증가해 2011년 41개소에서 2018년 487개소로 12배 증가했다. 중수도 활용시설도 2011년 173개소에서 255개소로 1.5배 증가했다. 

그러나 재이용된 물의 양은 운영비 부담으로 아주 미미한 증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화장실 물도 중수보다 수돗물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가뭄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중수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