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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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는 홍수와 태풍으로 폭우가 매년 더 증가하는 곳도 많아지지만, 반면 가뭄이 확대되고 거세지는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건물 외부공간의 물 사용은 해당 지역의 총 물 사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 전국의 주거용 물 사용량 중에 단독 주택의 외부 조경에 주는 물 비중은 30%나 된다. 특히 미국 서부의 건조지역에서 조경에 주는 물은 단독 주택이 가장 많이 사용하며, 연간 가정집 물 소비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적 도시개발 협회(ULI, Urban Land Institute)는 가뭄과 건조화 현상이 심한 지역에서 건물 조경의 물 절약과 효율적 사용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외부공간에서 물을 사용하는 주요 동인은 지역의 기상 조건, 관개 면적 크기, 물 비용, 식물 종류 등이다. 실외 물 사용량을 줄이면, 1인당 물 사용량의 35~75%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실외 물 사용은 실내보다 유연해 물을 절약하기가 편하다. 현명한 물 사용과 가뭄에 강한 조경 전략에는 적절한 토양, 식물 선택, 관개 시스템, 그린 인프라, 투과성 조경 도로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물 수요 감소, 빗물의 생산적 사용, 홍수 위험 감소, 지하수와 기타 자연 생태계 재충전 등을 얻을 수 있다. 

물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조경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물먹는 양에 따라 식물을 그룹화하고, 토종 식물과 가뭄에 강한 식물을 선정한다. 관개 설치도 쉬워진다. 일단 뿌리가 정착되면 빗물만으로 자생한다. 관개 시스템이 계절, 온도, 강우량에 따라 잘 작동되는지 확인한다. 이때 설계, 설치, 드립 레인 센서, 자동 차단 밸브, 컨트롤 프로그램, 호스와 스프링클러 헤드 등이 중요하다. 건조지역에서 물 주기는 매주 1~2회, 15~30분이 적당하다. 식물은 물 스트레스에 적응해 뿌리를 깊게 내리면서 적은 물로 살아간다. 퇴비와 유기물로 개량된 건강한 토양은 식물의 수분 유지와 증발 억제에 도움이 된다. 잡초 제거는 물을 줄이며, 비료를 최소로 사용하면 식물의 과성장을 방지한다. 

가뭄 시 토양 수분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조경지역에 관목과 작은 식물을 심고, 퇴비, 나무 부스러기, 잎, 톱밥 등의 뿌리 덮개를 깔아주면 그늘이 져 수분 증발, 열 스트레스, 잡초 성장을 줄인다. 건강한 토양은 물을 머금어 식물과 건물을 지탱하고,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한다. 토양이 극도로 건조해지면 영양분이 고갈되고 수축해, 기초 침하와 균열을 일으켜 홍수와 침식 위험이 증가한다.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는 방법은? 토양을 테스트하면 품질과 성분을 알 수 있어 적절한 개량을 할 수 있다. 토양 개량에는 성분과 산도를 조절하는 퇴비와 석회와 같은 유기 물질과 미네랄이 사용된다. 토양이 굳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표토를 덮어 통풍하면 좋다. 작은 돌 같은 표토는 열전도가 높아 열섬, 토양, 식물 건강에 안 좋지만, 집 1.5m 주변에만 깔아주면, 가뭄 시 산불 접근을 줄일 수 있다. 

물 절약과 기후 적응 조경으로 바꾸면, 물 사용량을 20~50% 줄일 수 있다. 토착 식물과 건조 기후 식물은 물을 덜 먹으면서 가뭄, 해충, 질병 등에 강하다. 잔디와 관개시설의 면적을 줄이면 물을 절약하고 잔디 깎기, 살충제와 비료 살포, 잡초 제거 등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다. 지역 사회 곳곳에 토착, 가뭄 저항, 물 많이 먹는 식물 등을 설명하는 표지판은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콜로라도의 노던 워터 지역은 자생 잔디, 현명한 식재 등을 알리는 표지판을 운영한다. 텍사스 오스틴의 레이디 버드 존슨 야생화 센터는 가뭄에 강한 토종 식물을 소개하는 시범정원 외에, 토종 식물 연구, 교육,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EPA의 워터센스 프로그램은 전국의 자생과 기후에 적합한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토착 및 가뭄 저항성 식물은 스스로 생존할 수 있어, 관개 시스템은 보충하는 물만 주는 맞춤형이 가능하다. 물 효율 관개는 재사용이 가능한 현장 수원을 활용한다. 물 주는 방법으로 수동식 관개는 정확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들고, 자동화된 관개는 효율적이지만, 철저한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워터센스 프로그램이 소개하는 다양한 관개 컨트롤러 비용은 대개 200달러 미만이면서, 기상 예보와 프로그래밍을 통해 최대 50%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린 인프라는 자연 시스템으로 빗물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빗물 정원, 습지, 나무 밑 빗물받이, 자연 저류지, 물웅덩이, 그린 지붕, 블루 지붕(옥상 녹지 하부에 임시 빗물받이 설치), 빗물 저수조, 투과성 포장도로 등이 포함된다. 이는 자연적인 분산, 저장, 흡수, 이동 등을 통해, 빗물 흐름의 포착, 보존, 여과, 느린 이동을 돕는다. 또한, 가뭄이 심할수록 폭우 시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심해지는 지역에서 회복력 전략으로 사용된다. 배수구, 댐 같은 회색 인프라보다 비용과 공간 효율적인 빗물 관리가 가능하다. 개발 가능한 토지도 유지하여 자산 가치도 높인다. 매력적인 조경, 수돗물 절약, 열섬·우수 유출·홍수 최소화, 수질 개선, 탄소 격리, 지하수 비축, 자연적 재생 등에도 한몫한다. 

가뭄이 일상화된 곳에서 물을 절약하는 조경 사례를 보자. 미국 샌안토니오의 라 칸테라 주거단지는 18만3000평 토지 위에 1만2000평 4층 건물에 아파트 323채와 103평 소매 공간이 있다. 1840평의 공원에는 광장, 잔디밭, 놀이터, 연못 등이 있다. 토착 식물과 가뭄에 강한 식물을 심고, 수분 유지를 위해 10cm 두께의 뿌리 덮개를 뿌렸다. 연못 옆의 저수조(1만갤런)는 옥상 에어컨에서 나오는 유출수와 응축수를 수집한다. 저수조의 수위와 매일 추가되는 물의 양을 모니터링한다. 이 저수조는 일일 1000~4000갤런의 급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물 재활용으로 하루 최대 4500갤런을 모아, 공원과 연못에 공급한다. 추가로 빗물 수집을 통해 연간 물값을 8840달러 정도 절약하면서, 자산 가치도 50만달러나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 장마와 태풍 시즌이 끝나면 나머지 기간은 가뭄이 지속되고 이로 인한 산불이 심해지고 있다. 도시와 건물의 조경에는 물을 안 줘도 되는 식물을 심을 필요가 있다. 그린 인프라는 우리에게 환경적 경제적 정신적 여유, 깨끗한 물 제공, 생태계 가치와 기능 보존, 사람과 야생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는 땅과 함께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물을 되돌리고, 빗물을 최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부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